아이폰, 기능 많다고 이것저것 쓰다간 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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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지난해 12월 3일 애플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개통한 직장인 L씨(31)는 13일 KT 이동통신 서비스 ‘쇼’ 홈페이지에 들어가 한 달치 휴대전화 사용요금을 찾아 보고 깜짝 놀랐다. 청구액은 53만3970원. 평소 12만~13만원 정도 나오던 것의 4배 이상 나온 것이다. 물론 해외 출장 중에 로밍 서비스를 꽤 써서 많이 나올 거라는 짐작은 했지만 이 정도일지 몰랐다. 그가 가입한 요금제는 월 6만5000원을 내면 ‘음성통화 400분, 문자 300건, 데이터 1000MB’까지 자유롭게 쓰는 ‘i-미디엄’이었다. 뭐가 이렇게 많이 나왔나 봤더니 ▶카드 발급비 ▶번호이동 관련 요금 ▶부가가치세 등 평소 익숙지 않은 항목이 적잖았다.

지난해 12월 1일 아이폰의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KT가 이번 주부터 첫 달 사용요금을 사용자들에게 고지하기 시작하면서 동요하는 고객이 속출하고 있다. L씨처럼 예상보다 많은 요금에 놀란 고객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연말을 맞아 로밍 전화를 들고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성탄절과 신년을 맞아 통화량이 많았던 이용자들 중에는 한도 초과로 애를 먹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달 일본 도쿄에 사흘간 출장 가 로밍 서비스를 받은 K씨도 놀란 경우다. 해외 로밍 통화는 비싸다는 걸 잘 아는 터라 음성통화는 가급적 자제했다. 문제는 데이터 요금이었다. 스마트폰의 장점을 살려 한국의 친구들에게 현지사진을 메일로 보냈다. 인터넷 포털의 뉴스도 몇 번 봤다. 도쿄 시내에서는 구글맵 지도 서비스도 이용했다. 그래서 나온 데이터 이용요금은 5만2500원에 달했다. 해외 음성통화 사용액 1만7280원보다 훨씬 많았다. 기본료 6만5000원 요금제를 선택한 그는 모두 15만7584원이 적힌 고지서를 받았다.

50만원 넘게 청구된 L씨의 경우는 물론 지난달 초 유럽 7박8일간 출장 때 쓴 해외 로밍 이용료가 20여만원 나온 것이 결정적이었다. 번호이동 관련 요금도 13만1070원에 달했다. 전달인 11월에 다른 통신업체를 통해 쓴 금액이 이번에 청구되게 돼 있다.

L·K씨 같은 경우는 아니라도 보통 기본료 1만2000원에 음성통화료 2만~3만원 더해 3만~5만원 정도의 요금을 내던 종전 휴대전화 가입자들은 스마트폰으로 갈아 탄 뒤 최소 3만원 이상인 기본료와 이런저런 추가비용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대부분 스마트폰 가입자들은 기본료 3만5000~9만5000원의 4가지 요금제 중 하나를 택한다. 2년 약정으로 이 요금제에 가입해야 80만~90만원대의 아이폰 기기를 20만원 안팎에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번호이동을 하면 이달에 11월 요금이 청구되고, 24개월 동안 나눠 내는 단말기 대금 월 1만1000원, 석 달 동안 나눠 내는 가입비 월 8000원 등이 더해진다. 또 기본료에 정해진 한도를 초과할 경우 부과되는 문자 1건당 20원, 음성통화 1분당 108원, 데이터 이용료 1MB당 51.2원이 만만찮은 부담이 된다.

고객들의 동요를 우려해 KT는 최근 쇼 홈페이지에 ‘국내 가입 데이터 월정 요금이나 패키지형에 포함된 무료 인터넷 사용량은 해외 로밍 때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의문을 띄웠다. 또 일부 관리조직에서는 ‘아이폰으로 인터넷을 할 때 주의하라’는 내용을 고객에게 숙지토록 하라는 공문을 일선 대리점에 발송했다.

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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