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위기의식 못느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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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이 지점장 한두명의 사기극이라는 검찰 결론은 하늘이 웃는다." (김태홍.광주 북을),

"대통령이 위기의식을 못 갖는 것 같다." (이호웅.인천 남동을)

15일 민주당 초.재선 의원 13인 모임은 발언록만 보면 야당 의총을 방불케 한다.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의 정국 인식에 대한 비판과 당 지도부 인책론까지 제기하는 '위험수위' 를 넘나들었다.

당내에선 '13인의 반란.항명(抗命)' 이란 소리도 나왔다. 주역급은 김태홍 의원과 당3역(정책위의장)을 지낸 이재정(李在禎)의원, 정범구 의원이다. 이날 모임의 파문으로 7월 하순에 시작된 여야 대치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정범구(鄭範九.고양 일산갑)〓국회 파행을 두고 우리 당은 '한나라당이 억지를 부리고 우리는 정당하다' 고 하나 이 논리론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여당은 무한책임을 진다. 정국경색 책임을 야당에만 지우는 건 안된다.

의약분업은 개혁의 이상과 현실간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2년 유보기간 중 관료나 행정부는 뭘 했나. 또 이런 정부를 통제.감시.리드해야 할 집권당은 뭘 했나.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기 위해 희생이 너무 컸다.

17석의 미니당에 장관.총리를 줬는데 발상의 전환을 해 한나라당에 이 정도 양보를 하겠다는 생각은 왜 못하나. 한빛은행 사태에 대해 당 지도부는 별것 아니라고 하지만 별것인지 아닌지는 국민이 판단하는 거다.

◇ "한빛銀 사건 검찰 발표 안믿어"

▶박인상(朴仁相.전국구)〓국민들 의혹은 굉장하다. 특검제로 완벽하게 정리해야 한다.

▶이호웅(李浩雄)=검찰 발표는 나도 안 믿는다. 옷 로비 사건의 재판(再版)이 될 수 있다. 있는 민심을 그대로 표출하고 터뜨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대통령에게 살아 있는 민심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끼리라도 대통령께 여야 영수회담을 건의하자.

▶김태홍(金泰弘)=우리가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윤철상 문제' (선거비용 실사 개입 의혹)도, 한빛은행 문제도 그대로 간다. 우리가 이러는 건 당과 청와대를 각성시키려는 몸부림이다.

◇"지도부가 믿음직하지 못해"

▶김성호(金成鎬.서울 강서을)=지도부의 당 운영이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비전과 대안을 요구하고, 안되면 문책하고 자진 사퇴도 '공식 '거론할 필요가 있다.

▶김태홍〓정기국회가 시작된 뒤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삭발하고 본회의장에 앉고 싶은 심정이다. 최고위원들이 부피가 커지니 행동이 굼뜬 것 같다. 대통령이 정확한 인식을 갖도록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장성민(張誠珉.서울 금천)=위기의식을 지도부가 느끼는지 의문이다. 의총 전에 지도부가 전화해 이런 얘기 해달라는 식은 더 이상 안된다.

▶최용규(崔龍圭.인천 부평을)=시민들을 만나기가 두렵다. 당의 미래를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 의약분업.남북문제

▶송영길(宋永吉.인천 계양)=우리 당의 토대는 서민인데 의보료 인상은 문제다. 국민에게 전가해선 안된다.

▶정장선(鄭長善.평택을)=신문을 보기가 겁난다. 우리가 자랑할 게 남북문제뿐인데 나라가 어려운데 무슨 소용이냐는 게 국민의 생각이다.

▶추미애(秋美愛.서울 광진을)=집권당의 무기력은 자아비판해야 하나 남북문제에 대해 국민이 잘못 인식하는 건 깨쳐야 한다.

▶문석호(文錫鎬.서산-태안)=남북문제에 탁월한 업적을 세웠으나 내치 때문에 그것마저 비판하는 게 바닥의 정서다. 국민이 원한다는 의약분업이 국민이 원수같다는 제도가 됐다. 농촌지역은 의약분업으로 노인들 불편이 엄청나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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