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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기업 "부산·광양을 물류기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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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일본 물류 기업들이 부산.광양에 몰려들고 있다. 최근 미국을 제칠 만큼 급증한 중국과의 교역에서 교두보로 삼기 위해서다. 일본보다 싼 인건비, 세금 감면 등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유치 활동 등이 맞물려 일본 기업들로선 물류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는 게 큰 이유다.

이와 관련, 장승우 해양수산부 장관은 4일 "부산.광양항은 동북아시아의 어느 항만보다 경쟁력이 있으며 중국에서 일본으로 화물을 수송할 때 이들 항만을 경유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몰려드는 일본 기업=미쓰이(三井)물산은 흥아해운과 손잡고 부산 감천물류단지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짓기로 하고 최근 2만여평의 부지를 확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지난 2일 보도했다. 모두 220억원을 들여 짓는 이 물류센터는 내년 여름 가동할 예정이다.

니혼쓰운(日本通運)도 일본철도(JR) 화물과 제휴해 부산에 물류센터를 짓기로 했다. 또 일본의 물류업체인 MFL은 내년 8월까지 부산에 대규모 물류센터를 지어 중국에서 들여오는 가전제품과 잡화 등의 수입중계기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일본 기세키사는 700억원을 들여 광양 중마매립지 2만6000평을 물류 기지로 개발키로 하고, 이달 중 보관 창고 건립을 시작할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4일 "일본의 물류기업이 국내 물류기업인 세방기업과 합작, 광양항 배후부지에 400억원을 들여 물류기지 건립을 제의해왔다"며 "5일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왜 부산.광양인가=일본 기업들은 부산의 물류센터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은 조금 더 들지만 보관비와 재포장에 드는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내 트럭 수송거리도 단축돼 물류 비용이 현재보다 10% 이상 줄게 된다.

일본 기업들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을 일단 부산.광양에 설치하는 물류센터로 가져온 뒤 검사 후 재포장해 하카다(博多).니가타(新潟).시모노세키(下關) 등 일본 소비지에 가장 가까운 항구로 직송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중국에서 도쿄(東京).오사카(大阪) 등 주요 거점 항구로 대량 일괄 수송, 일본 내 물류센터로 집결시킨 뒤 장거리 트럭수송을 통해 전국 각지로 수송하고 있다.

일본 업계 관계자는 "부산.광양에 물류기지를 두면 상황에 따라 일본 시장용 수입품을 한국.동남아로 돌릴 수 있는 등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며 "이런 여러 장점으로 일본 종합상사들의 부산 진출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외국 기업 유치 총력=장승우 장관은 "일본 등 외국 물류 기업 유치는 정부의 최고 역점 사업"이라며 "부산.광양항이 동북아의 중심 항만으로 위상을 지키려면 부두 확장은 물론 배후 물류기지 확충을 위한 외국 기업 유치가 열쇠"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해양부는 11월 중 부산신항 및 광양항을 항만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이미 관계기관 간 업무 협의도 마쳤다. 자유무역지역에 들어오는 외국 기업은 무관세, 세금 감면, 임대료 할인 등의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4월 이후 싱마폴의 셈콥로지스틱스사나 네덜란드의 스타인벡사 등 5개의 다국적 물류기업이 외자 1091억원을 포함, 모두 1350억원의 부산.광양항 배후부지 투자를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부가가치의 다국적 기업 물류센터 유치는 급성장하는 중국 항만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국 항만의 유일한 대안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재 기자,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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