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돈받고도 도덕적 결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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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충북도의회 후반기 의장 선거과정에서 후보로부터 2천만원씩 받았다가 구속된 충북도의원 4명에 대한 징계를 놓고 도의회가 고민에 빠졌다.

시민·사회단체는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는데 반해 당사자인 의원들은 스스로 사퇴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발족한 도의회 윤리특위(위원장 朴鶴來 의원)는 그동안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징계는 곤란하다”는 입장만 피력해왔다. 의원들의 금품수수 사건의 파장이 의외로 커지자 떠밀리다시피 출범한 윤리특위였기에 이같은 태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가 불구속자를 포함,7명의 관련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부를 전달하는 등 여론의 압력이 거세지자 윤리특위는 지난달 26일 구속된 의원들을 면회, 자진사퇴를 권고했다.도의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는 점을 설득했다.

하지만 구속의원들은 “도민과 동료의원들에게 죄송하지만 법원의 판단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거부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돈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돌려줄 기회를 놓쳤을 뿐”이라며 ‘도덕적 결백’을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특위는 9월20일 열리는 제179회 임시회에서 자진사퇴권고 결의안을 처리키로 했다. 그래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제명처분까지 밀고나갈 계획을 세우는 등 처음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여론을 의식하면 이달안에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아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민이 없지 않다.전체 의회내에는 ‘온건파’가 많아 “사법부 심판 이전에 윤리특위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기 때문이다.

4일로 예정된 첫공판 분위기가 윤리특위의 판단에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이지만,제명은 고사하고 결의안 채택도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돈을 받았다는 점까지 인정한 마당에 ‘도덕적 결백’을 주장하는 구속 의원들이나,방향도 없이 여론앞에 우왕좌왕하는 도의회나 자라나는 2세들이 “도덕이 뭐냐”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할 따름이다.

청주=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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