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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제대로 하자] 1. 환자 최우선 제도 도입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부와 의료계간 갈등의 끝은 어디인가.

의약분업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상태가 6개월 가량 계속되고 있다.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간다. 국민·의료계·정부 모두 지칠 대로 지쳤다.

의약분업 혼란은 그러나 의료계 대변혁을 불가피하게 하고 있다.

의약품 블랙마켓(음성적 수입구조), 과잉 진료·조제 등 의약계의 누적된 문제점들이 모두 노출됐다. 의사나 병·의원의 음성적 수입을 전제로 해 저부담 저수가(酬價·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불하는 진료비)를 유지해온 의료보험 제도의 문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기존 의료 시스템도 분해 상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상황은 근본에 메스를 대는 의료개혁을 할 좋은 계기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땜질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뿌리를 치료하고 '환자 최우선' 의 의료개혁을 하자고 제안한다.

◇ 곪아터진 제도·관행〓1977년 의료보험이 출발할 때 낮게 책정됐던 의료보험 수가 체제가 누적되면서 '저수가·저지급' 의 문제점이 이번에 한꺼번에 표출됐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의약분업이 의사들의 수입을 이렇게 급감시킬 줄 예상하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이후 네차례에 걸쳐 수가를 36.5% 올렸지만 아직 원가의 80%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음성수입이 거의 없어진 만큼 전문인인 의사들에게 적정 수입구조를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그 대신 편법·부당행위를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 잘못 설계된 의료보험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만도 폭발했다.

감기와 같은 질병은 3천2백원으로 해결했지만 암과 같은 중병을 앓으면 의료보험 혜택은 잘해야 절반이다. 제도 탓에 서비스의 질도 낮아졌다.

공공의료 시설은 전체 의료기관의 10%에 불과하다. 예산부족으로 의료보호비가 체불돼 병원.약국이 의료보호 환자를 기피하고 있다.

대학병원만 선호하거나 약국에서 맘대로 약을 요구하는 국민의식도 고쳐야 할 관행으로 나타났다.

◇ 대책〓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曺在國)보건산업팀장은 "의료 제도 개혁과 함께 의료에 대한 국가 재정 부담을 일차적으로 대폭 늘려야 한다" 며 "국민의 의료비 부담도 함께 올려 적정 부담·적정 수가 체제로 가야 환자 서비스를 쇄신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지출과 국민의 소득 대비 의료보험료 부담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따라서 지역의료보험의 50% 국고지원 약속을 이행하고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리는 한편 국민도 보다 나은 의료서비스를 받기 위해 보험료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데 동의해야 한다.

울산대 의대 조홍준(趙弘晙)교수는 "국민부담을 올리기 위해서는 예방접종이나 만성질환자의 투약시기를 사전에 알려주는 등 국민에게 친숙한 서비스를 해주는 게 전제조건"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중질환자 본인 부담금 상한제▶본인부담금 하향조정▶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한 차등 수가제▶선택적인 포괄수가제 등의 대책을 서두르고, 자기공명영상(MRI)촬영·초음파·병실 차액·자궁암 검진·예방접종·한방 첩약 등 필수적인 서비스에 보험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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