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신문 10여종 북한으로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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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남북한이 이르면 이달 중으로 판문점을 통해 신문을 교환하게 된다.

정부 당국자는 21일 "10여종의 남한 신문을 북한에 전달하기 위한 실무검토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면서 "전달 경로는 판문점을 통한 직접 접촉이 유력하다" 고 밝혔다.

당국자는 "우리측이 신문을 보낼 경우 북한도 노동신문(당기관지)과 민주조선(내각기관지)등 3~4종의 중앙지를 보내올 것" 이라고 전망했다.

신문교환은 12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남한 언론사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거론됐다.

金국방위원장은 "우리가 (남한)신문을 일본을 통해 돌아서 읽을 필요가 있습니까" 라며 "신문도 연락사무소를 통해 다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했다.그는 "우리는 달러가 없어서 돈 내고는 못본다" 는 농담도 곁들였었다.

전달은 서울에서 조간신문 최종판을 오전 일찍 수집, 차량편으로 판문점 자유의 집(남측)으로 보내는 형태로 할 예정이다.신문 선정 등은 신문협회가 주관한다.

판문점 남측 연락관은 외교행낭(파우치)에 준하는 절차로 밀봉한 신문을 북측 연락관에게 전달하고, 북측은 차량편으로 개성을 거쳐 평양으로 보낸다.

金국방위원장이 빠른 신문구독을 원했다는 점에서 헬기를 이용할 가능성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북측도 조간인 노동신문 등을 아침 일찍 판문점으로 보내 맞바꾸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남측 신문은 金국방위원장의 집무실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서울에 올 북한 신문은 광화문 통일부 자료센터에 비치해 북한 연구자나 학생 등이 신속하게 북한 자료를 접할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홍콩.일본의 중개상을 통한 노동신문 구독은 7일에서 15일 정도 걸렸다.판문점 직접교환은 서로 구독료를 받지 않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법 상으로는 '반입과 반출' 승인절차를 밟는다.

분단 반세기 동안 남북한이 신문을 교환한 적은 없다.일각에서는 남북한 정보기관이 한때 은밀하게 신문을 교환했다는 설도 제기한다.그러나 판문점 관계자는 "그런 일은 없었다" 고 부인했다.

평양 정상회담 때는 남측에서 보낸 일간지를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金국방위원장이 함께 살펴보며 전면사진으로 편집한 중앙일보의 1면을 화제로 올린 적이 있다.

회담 관계자는 "북한도 회담 중에는 서울에서 행낭편으로 노동신문을 들여온 적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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