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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서양인에 맞춘 치료제, 동양인엔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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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속칭 ‘대박’이라는 블록버스터 신약은 이제 희망이 없습니다. 부작용 때문에 소송만 늘어요. 개인별 유전정보에 기반한 맞춤 신약으로 가야 합니다.” 마크로젠 회장으로 한국바이오협회를 맡고 있는 서정선(58·사진) 서울대 의과대 교수는 “불특정 다수의 질병을 두루 치료해 주는 블록버스터 신약은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근 서울 연건동 캠퍼스에서 만난 그는 “지금까지 범용 의약품은 최대 50% 대상에게 효능이 있었다. 나머지 30%에게는 아무런 반응이 없고, 20%에게는 부작용만 안겨줬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앞으로 제약회사는 개인별 치료제를 일일이 개발해야 하나.

“그렇진 않다. 진단을 통해 각자의 질병 표적을 알아내면, 거기에 맞는 치료제를 찾아서 제공하면 된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런 맞춤 신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말하자면 소량 다품종이다. 필요한 몇 명만 검사하면 되니까 임상시험의 시일과 비용이 확 준다. 한국기업들처럼 도전하는 쪽에선 기회가 커지는 셈이다.”

-한국이 미국·유럽보다 유리한 점은.

“한국은 아시아 시장 안에 위치한다. 지금은 전체 제약시장에서 아시아 비중이 10% 안팎이지만 중국이 뜨는 상황에서 5∼10년 뒤면 30∼40%에 육박할 것이다. 서구인들의 유전자 정보에 맞게 만들어진 치료제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통하지 않을 수 있다.”

-개인별 맞춤의료 분야에서 중국도 만만치 않은데.

“중국은 정보가 많지만 미국식 의료체계가 아니라 혼란스럽다. 또 중국 과학자들은 한국인이 자신들과 같은 남방계라고 주장하는데, 그건 우리를 유전적으로 종속화하려는 의도다. 한반도 인구는 북방계와 남방계가 7대 3이다. 일본은 이미 유전정보 분석 수준에서 한발 뒤져 있다. 나는 지난해 7월 30대 연령 한국인 남자의 지놈지도를 완성한 뒤 영국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했다. 보통 유전정보 분석은 10∼30회 정도 반복하지만 그 논문의 경우 최대 1만 번까지 반복하며 정확도를 높였다. 네이처에서도 마크로젠의 분석 기술에 찬사를 보냈다. 앞으로 3∼5년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100∼200명의 유전정보를 24시간 분석해 확실히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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