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SOFA 협상 첫날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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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다음에는 이렇게 딱딱한 의자말고 안락한 소파(sofa)에 앉아 얘기할 수 있도록 하자. " (송민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2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810호실에서 열린 SOFA 개정 협상에 앞서 한국측 수석대표인 宋국장은 SOFA 개정에 대한 우리측의 기대를 우회적으로 이렇게 전달했다.

그러자 청와대 쪽으로 나 있는 창문을 바라보고 있던 프레드릭 스미스 미측 수석대표(국방부 부차관보)는 그저 "전망(view)이 참 좋다" 고만 응답했다.

주한미군의 포르말린 방류(放流)사건, 매향리 미군 사격장 파문으로 어느 때보다 높은 관심 속에 열린 이날 협상은 한.미간 국장급 대좌로는 이례적으로 통역을 배석시켜 눈길을 끌었다.

어구(語句) 하나하나가 '안' 과 '밖' 에서 미묘한 파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양측의 판단 때문이었다.

A4용지 20쪽 분량인 현행 SOFA 문안의 개정을 위해 宋수석대표는 3백쪽의 두툼한 관련 자료를 준비. 미측은 아예 박스째로 관련 자료를 갖고 들어왔다. 대표단의 표정에서도 '공세' 와 '방어' 에 임하는 중압감이 느껴졌다.

양측의 기본 입장을 천명한 2시간30분의 오전 협상 직후 宋수석대표는 "매번 서로 해 온 얘기인데도 진지하게 경청했으며 뭘 좀 해보자는 분위기였다" 고 전했다.

宋수석대표는 그러나 "이틀 안에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것과 같다" 고 말해 이번 협상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임을 시사했다.

한.미 대표단 26명은 전통 한정식 집인 삼청동 '용수산(龍水山)' 에서의 오찬 때도 안팎의 시선을 의식, 술을 일절 배제한 채 분야별 파트너끼리 모여 앉아 대화를 이어갔다는 전언.

협상 직전 스미스 수석대표를 면담한 반기문(潘基文)외교부 차관은 "개정에 대한 한국인과 언론의 기대가 크다" 며 "미국 정책을 비판할 수 있으나 반미(反美)는 잘못" 이라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전날 발언을 전달.

이에 스미스 수석대표는 "진지한 논의를 통해 개정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 며 "金대통령의 그같은 언급에 감사한다" 고 응답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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