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사랑이 갈 곳은 많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해는 저물고
연휴는 끝났다.

즐거웠던 고향길
달콤하게 되새김질하고
길이 막히면 뚫어 가며
하나 둘 집으로 집으로.

그런데
이 좋은 계절
고향과 가족을 찾지 못한
이들도 숱하게 있으니…

돈이 없어서
면목이 없어서
명절에도 할 일이 있어
떠나지 못한 사람들.

휴전선에 가로막혀
한숨짓고 눈물짓는
6.25 이산가족에
최근 탈북자까지…

하지만 원래
추석은 나눔의 명절.
온 가족과 온 이웃이
햇곡식을 나눠 먹으며
수확을 기뻐하던
감사의 계절.

서로가 서로에게
마음 베풀며
정은 북돋우고
외로움은 달래니
우리는 한 울타리
서로 한 이웃임을
저절로 확인하는
감동의 계절.

내게 베푸는 사람이
없음을 탓하지 않고
내가 베풀 사람이 있으매
감사해 하는 사랑의 계절.

송편으로 배부른
추석은 하루지만
마음이 배부른
추석은 일년 내내.

몸이 갈 곳은 없어도
사랑이 갈 곳은 많다.

*사찰 겸 사회복지시설인 경기도 의정부시 통일안국사 내 선재동자원에는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청소년 67명이 모여 산다. 이들은 추석 직전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송편을 빚어 혼자 사는 노인과 홀어머니.홀아버지 가정과 장애인 가정 등 더욱 어려운 이들이 사는 1500여곳에 전달했다.

채인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