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할 명분 여당서 전혀 안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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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창화(鄭昌和)한나라당 총무는 19일 오후 총무회담장인 국회운영위원장실 앞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

협상전망을 묻는 질문에 "우리당은 물건으로 치면 세일가격을 제시한 것" 이라고 말했다. "법사위에서의 특위구성이 마지노선" 이라는 한나라당의 최종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나라당은 자신들로서는 양보의 여지가 없다는 주장이다. 19일 총재단회의 등에선 "총선 후 부정선거 국정조사권 발동 요구는 야당(국민회의)의 단골 메뉴였다" 는 등의 여당 성토발언이 꼬리를 물었다.

민주당이 국민회의 시절인 15대 총선 직후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3개월간 등원 자체를 거부,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국회 부정선거조사특위 구성에 동의했던 일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여당이 단독국회를 강행할 경우 여론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맞게 될 것" 이라며 "버티면 우리가 이긴다" 는 주장도 한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줄줄이 재판정에 설 예정이라는 점도 강성기류를 부채질하고 있다.

김기배(金杞培)사무총장은 20일 조정무 의원, 22일에는 김무성 의원의 선거관련 재판이 있고 박관용.이강두 의원의 재판도 곧 열릴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도 고민이 있다. "자나깨나 대권만 생각한다" 는 비난과 파행국회의 책임론 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李총재 주변에서도 "이제 문제를 풀어야 할 때" 라고 말하는 측근들이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여당의 완강한 태도라고 한나라당 당직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 고위 당직자는 "민주당의 입장은 한나라당이 백기(白旗)를 들고 국회에 들어오라는 것" 이라며 "역대 어느 여당도 야당에 대해 이처럼 '전부가 아니면 안 된다' 는 식은 없었다" 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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