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푸틴 회담] 중-러 '전략적 제휴' 실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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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타지키스탄의 수도 두샨베에서 5일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장쩌민(江澤民)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한 것은 양국이 기존의 동반자 관계를 한단계 높여 전략적 제휴를 이룬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江주석은 푸틴에게 "당신이 총리를 맡은 이후, 특히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러시아에 적극적 변화가 일고 있다" 고 말하고 "중·러 양국은 상호협력으로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반대하고 세계의 다극화를 실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러가 양국 관계와 국제 분야에서의 협력으로 전략적 동반자 관계 수준을 높이는 것은 양국의 근본이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양국이 세계에 특수 책임을 다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이는 푸틴이 취임 이후 추구하고 있는 '패권주의에 맞서는 강력한 러시아' 정책을 중국이 공식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중국의 관영통신인 신화사는 이날 양 정상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공동 관심의 문제를 놓고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 양국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광범위한 지역·국제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4일 두샨베에서 열린 상하이(上海) 5개국 외무부장관 회담에 참석했던 러시아의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부장관은 "참가국들이 러시아의 '전략적 안정화' 방안에 지지를 표시했다" 고 밝혔다.

전략적 안정화란 미국의 독주를 견제하고 다극화 국제질서를 구축하면서 영향력을 증대하겠다는 러시아의 외교전략이다.

따라서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아시아에서 미국을 따돌리려는 러시아의 외교공세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은 5일자에서 "중.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한반도 정책을 포함, 아시아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전략이 본격화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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