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처리위 권고 거부·지연 사례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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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朴모(55.택시기사.서울 마포구)씨는 1993년 3월부터 7년째 마포구청과 승강이를 하고 있다.

91년 도난당한 승용차에 대해 마포구청이 자동차 정기검사를 받지 않았다며 과태료를 부과한 것이다. 朴씨는 구청에 사정을 설명하고 항의도 했지만 구청측은 요지부동이다.

구청측은 일정기간마다 실시하는 자동차 정기검사는 천재지변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검사를 받을 수 없는 경우 검사 연장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으므로 과태료 부과는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다못한 朴씨는 지난해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고충처리위는 심사를 거쳐 "도난당해 자동차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 며 마포구청에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구청측은 아직까지 과태료 부과 처분을 취소하지 않고 朴씨의 잃어버린 자동차를 압류조치했다.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정부투자기관들이 부당한 행정처분이나 불합리한 제도에 대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시정권고를 거부하거나 조치를 지연하는 사례가 많다.

고충처리위는 94년부터 지난해말까지 정부 등에 시정권고한 2천1백56건 가운데 이를 거부하거나 조치를 지연한 경우가 36%인 7백76건이라고 28일 밝혔다.

분야별로는 토지보상 등 건축.도시분야가 47.7%를 차지했고 정보.교통 28.4%, 노동.임금 28%, 통상.산업 25.7%다.

부처별로는 건설교통부가 32건으로 가장 많고 ▶국방부 14건▶국세청 8건▶환경부 6건 등이며 자치단체별로는 ▶서울 2백55건▶경기 87건▶부산 62건▶경남 37건▶광주 36건 등이다.

정부투자기관은 건교부 산하 한국도로공사가 19건으로 가장 많고 한국토지공사가 12건, 한국수자원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각 10건 순이다.

고충처리위는 이들 행정기관에 시정권고 이행을 촉구하는 독촉 공문을 보내는 한편 시정을 계속 지연하거나 거부할 경우 대통령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고충처리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회의 시정권고를 각 부처가 뚜렷한 이유없이 받아들이지 않는 등 행정편의주의적 조치가 많다" 며 "이는 해당기관장의 관심 부족과 담당공무원의 소극적 업무자세 때문" 이라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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