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예산 내용과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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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더 걷힌 세금의 사용처가 추경예산 편성과 국가 채무를 갚는 것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추경예산 편성에서는 서민생활 안정과 재정적자 감소 등 '두마리 토끼' 를 잡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올 10월로 예정된 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지난 4월부터 앞당겨 시행된 데다 의약분업과 구제역.산불 피해 등 예상치 못했던 재정소요가 생기는 바람에 추경 편성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조9천억원의 잉여금 가운데 나라빚 갚기(38.5%)보다는 추경예산(61.5%)에 들어가는 비중이 더 높아진 점은 균형재정 달성이라는 면에서 감점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실업률이 떨어지고 있는데도 공공근로사업에 1천5백억원의 예산을 추가 배정한 것은 추경에 포함할 만큼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는 지적이어서 선심성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 추경예산 어디에 쓰이나〓10월로 예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지난 4월부터 조기 시행됨에 따라 자활보호자 1백만명이 한달에 5만~15만원씩 생계비를 지급받는다.

현재 월~금요일로 돼 있는 저소득층 초.중.고등학생 자녀 16만4천명의 점심 지원이 토.일요일까지로 확대되고 생활보호대상자 중.고생 자녀 18만7천명에게 입학금과 수업료 외에 교과서 대금도 추가로 지급된다.

고학력 청소년 실업자들이 정보화 교육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2천명에게 수강료가 지원되고, 학교 정보화를 위해 전국 3천25개 초.중.고교에 컴퓨터교육장이 설치된다.

◇ 문제점=정부는 2003년부터 균형재정을 달성하겠다지만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조기 시행으로 이번 추경에서 벌써 3천억원이 넘는 예산이 배정된 데다 내년부터는 수조원의 자금이 소요될 예정이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소요조차 예측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금융구조조정에 추가로 공적자금이 투입될 예정이고,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예산을 얼마나 지원해야 할지 가늠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 증가율을 6%로 긴축 편성한다지만 또 다시 불가피한 소요가 생겨 추경을 하게 되면 균형재정으로 가는 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만우(李萬雨.고려대)교수는 "잉여금이 생기면 최우선적으로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하고 추경편성을 제한하는 내용의 재정적자 감축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할 것" 이라고 지적했다.

李교수는 "특히 이번 세수잉여금은 탈루세액 추징 등에 의한 일시적인 것인 만큼 형편이 좋을 때 건전재정 노력을 기울이는 게 바람직하다" 고 강조했다.

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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