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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인사청문회] 의욕만 앞선 의원 질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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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무기력한 청문회였다. 전략의 실패인 것같다."

26일 이한동 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한나라당 한 당직자의 말이다.

16대 첫 청문회, 그것도 헌정사상 최초의 인사청문회 첫날은 기대 이하란 평가를 받았다.

당초 13명의 특위위원 중 초선의원이 전체의 절반이 넘는 7명에 달해 정치권 안팎에선 활기있는 청문회를 기대했다.

그러나 6선의원에다 산전수전 다 겪은 李총리서리를 공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 초선들의 경험 부족

- 왜 재산등록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나.

"아직 가치가 확정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포함시키나. "

- 재산공개 과정에서 누락돼 서둘러 장학재단에 넘긴 게 아닌가.

"그렇지 않다."

- 법적으로 분수림(分收林)이 등록대상이 되는지 앞으로 더 따져보겠다.

한나라당 이성헌 의원과 李총리서리간에 오간 문답이다.

李의원이 추궁하려 했던 것은 1993년 공직자 재산등록을 전후해 李총리서리가 연천군 양원리 분수림을 장학재단에 기증한 것이 등록누락 시비를 피하려는 편법 아니냐는 것.

그러나 이를 부인하는 李총리서리에 막혀 추가자료를 제시못한 채 분수림이 재산등록 대상인지 여부를 좀 더 알아보겠다고 물러섰다.

같은 당 원희룡 의원은 李총리서리의 말바꾸기를 추궁하는 질문 하나에 15분 질의시간 중 절반인 7분을 써버렸다.

이 바람에 '청문회(聽聞會)' 취지에 안 어울린다는 여당 의원들의 반발을 샀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 적잖은 자료를 제시했다.

이성헌.심재철 의원 등은 李총리서리 부인의 주민등록초본.토지등기부등본까지 들이밀었다.

그러나 이런 의욕에도 불구하고 경험 부족으로 李총리서리의 방어벽을 뚫지 못했다.

◇ 여당 의원들의 감싸기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 대부분은 李총리서리를 감싸거나 해명 발언을 끌어내는 질문에 주력했다.

민주당 박종우 의원은 李총리서리가 고향인 경기도 포천에 땅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점을 들어 "투기할 목적이라면 한강 이남에 땅을 사지 왜 한강 이북에 땅을 샀겠느냐" 고 '변호' 했다.

자민련 김학원 의원은 "첫사랑 에피소드를 들려달라" 고 하는가 하면 "장애인 복지 증진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는 등 노골적으로 감쌌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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