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 본사 지방 이전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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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외국 기업의 '탈(脫)수도권'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던 본사.생산 기지를 지방으로 함께 옮기거나 본사를 지방의 생산기지 부근으로 옮겨 시너지 효과를 높이자는 전략이다.

지방이 임대료.인건비 등이 수도권보다 싼데다 통신.정보 인프라가 갖춰져 굳이 서울 인근에 본사를 두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여러 가지 유인책을 쓰면서 외국 기업 본사를 유치하는데 적극적이어서 외국 기업의 수도권 탈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 지방으로, 지방으로〓세계적인 장난감 메이커인 레고 코리아는 최근 서울 본사를 경기도 이천으로 옮겼다. 마케팅을 총괄했던 서울 본사와 이천 생산기지를 통합했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를 이전한 뒤 마케팅-생산라인간 커뮤니케이션이 훨씬 활발해졌다" 며 "생산공정 관리가 쉬워져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고 말했다.

고객과 밀접한 제품의 특성 상 홍보가 중요한데 이는 서울에 있는 홍보대행사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대신하고 있다.

컴퓨터.위성 안테나 등의 부품을 생산하는 영국계 기업 다이나캐스트코리아는 지난달 본사의 주요 생산시설을 경기도 안양시에서 강원도 횡성군으로 옮겼다.

공장 부지를 넓히려던 이 회사는 임대료가 싸면서도 협력업체인 현대전자 이천 공장과 가까운 횡성군이 생산기지로 안성마춤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안양에 남아있는 본사 부서 모두를 횡성으로 옮기는 것도 검토 중이다.

보워터한라제지㈜는 한라펄프제지를 인수한 뒤 본사를 서울에서 목포 대불공단으로 옮겼다. 또 한솔제지와 합작한 팝코전주㈜, 대상㈜의 합성수지 사업부문을 인수한 클레이벨리코리아, 계면 활성제 제조업체인 프로텍스코리아, 플라스틱 산화방지제 제조업체인 동부아데카 등이 각각 최근 1년 사이에 수도권에 있던 본사를 모두 전북 전주 부근으로 옮겼다.

자국에 있는 본사를 아예 국내로 옮기겠다는 해외기업도 등장했다. 세계적 지게차 메이커인 미국 클라크 그룹은 최근 미국 켄터키주 렉싱턴에 있는 본사 주요 부서와 생산 기지를 경남 창원으로 이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자 회견에서 "렉싱턴 기지의 생산성이 떨어진데다 창원기지의 생산설비 및 인적 자원이 뛰어나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고 설명했다.

◇ 지자체의 유치 노력〓외국 기업의 본사 이전에는 중앙.지방 정부의 유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외국 기업이 본사.생산기지를 이전할 경우 법인세.특별부가세를 면제하거나 서류를 신속히 처리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앙 정부 역시 지역별로 균형있는 경제 발전을 꾀한다는 차원에서 올해 5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하는 등 지자체의 외국기업 유치를 돕고 있다.

정부는 또 광주.천안.목포 등 세곳에 대규모 외국인 전용공단을 조성해 생산시설 유치에 나서는 한편, 외국 기업이 지방에 본사 또는 공장을 세울 경우 보조금 증액 등 각종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전북도청 관계자는 "외국기업의 본사 이전으로 현지 고용은 물론 세금 수입도 수백억원이나 늘었다" 며 "앞으로 수도권 주재 외국기업 본사의 유치를 위해 다른 제도를 개선하겠다" 고 말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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