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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어요] 농작물 값이 왜 폭락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애써 가꾼 밭작물을 갈아엎는 장면을 신문이나 TV를 통해서 본 적이 있지요?

지난달부터 방울토마토.배추.귤 등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시름에 젖어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도 오이.호박 등의 채소 가격이 폭락했지요.

농민들은 왜 이렇게 폭락하는 농작물 가격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할까요.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은 농작물이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지요.

방울토마토를 예로 들어볼까요. 지난해에는 방울토마토 시세가 좋아 재배농가들이 재미를 톡톡히 보았습니다.

그러자 올해 오이.호박 농사를 짓던 사람들도 방울토마토 농사에 뛰어들어 재배면적이 지난해보다 14.8% 늘었답니다. 일반적으로 농작물 가격은 재배면적이 늘어난 비율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집니다. 올해 방울토마토 가격은 지난해 이맘 때에 비해 50% 정도 하락했습니다.

이밖에도 날씨가 매우 좋아 대풍작을 이루거나 외국산 농산물이 많이 수입돼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도 있지요. 오렌지의 경우 지난해보다 8배 이상 많은 6만t이 수입됐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값싼 수입 오렌지를 찾자 최근 배.사과.토마토 가격이 뚝 떨어졌습니다.

농림부 등 관계기관에서는 매월 농가를 상대로 조사해 재배할 주요 농산물의 양을 미리 산정하고 각 농가에 이같은 정보를 제공합니다. '배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 가격폭락이 예상됩니다. 배추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십시오' 라는 식이지요.

하지만 상당수 농민들이 '나 하나쯤 더 배추 농사를 짓는다고 문제가 될까' 라고 생각하며 관계기관의 권고를 따르지 않아 결국 생산량이 적정 수요보다 많아지고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을 가져오게 됩니다.

그렇다고 과연 대책이 없을까요. 정부에선 1998년부터 무.배추.마늘.양파.고추 등 실생활에 밀접한 다섯가지 품목에 대해 '최저가격 보장제' 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농가와 계약재배한 물량에 대해서는 가격이 폭락할 경우 미리 약속한 최저보상가격으로 정부가 사들이는 것(수매)입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 예산에 한계가 있어 전체 물량의 15% 정도만 정부가 수매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다섯가지 품목 외 과일이나 채소류에 대해서는 '** 많이 먹기 운동'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농민들로선 정부의 재배면적 조사 등을 참고해 품목을 잘 선정하고, 정부로선 최저 가격을 보장해 주는 농작물을 늘리는 게 방법이 되겠지만 이것도 완전한 방법은 아니지요.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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