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와대의 '포괄적 비보도' 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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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북,노동당규약 개정 약속’기사와 관련해 중앙일보 청와대 담당기자의 청와대 출입을 정지시키기로 공식발표했다 이어 그는“남북합의사항은 포괄적인 오프(비보도)를 지켜달라”는 주문을 언론사에 하면서‘언론보도로 인해 문제가 파생되고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은 우리 민족에게 죄를 짓는 것’이라는 출입정지 이유를 밝혔다.

굳이 朴대변인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언론보도로 인해 국익 또는 남북관계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쳐서는 안된다는 점은 언론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상식에 속한다.

특히 본지는 남북문제에 관한한 이점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추구해온 금언이다.

우리는 단순히 정부가 취한 기자의 출입정지조치에대해 언론사가 감정적 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남북정상회담이후 생겨난 새로운 남북간 협력 환경에서 언론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이냐는 근본적인 자세에서 이 문제를 짚어봐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우선‘포괄적 비보도’요청이란 것은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자유민주국가의 정부로선 내릴수없는 조처라고 본다. 우리는 일찌기 남북정상회담이 투명한 협의과정을 거처야함을 강조해왔다.지나친 비밀회담은 국민적 합의를 그르칠 공산이 크게때문이다.

물론 협의과정엔 당장 발표할수없는 사안도 있고 아직 완전 합의를 보지 못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그럴 경우는 회담 당사자들이 입을 굳게 닫고 있어야 한다.

야당 대표와 언론사 사장들에겐 ‘비보도’를 전제로 설명하면서 기자가 제3의 뉴스원을 통해 취득한 기사를 문제삼아 출입정지까지 시킨다면 이는 온당한 처사가 될 수없다. 나쁘게 보면 정략적 차원에서 대북정보가 소수에게만 알려지고 정작 사실을 알아야 하고 합의를 구해야할 국민은 까맣게 모르는 기만에 빠질 위험이 있다.

또 남북합의사항에 관한 모든것을 비보도 원칙으로 한다면 언론은 언제나 관급성(官給性)기사에만 의존하는 전체주의국가의 언론으로 전락하는 수밖에 없다. 아무리 남북협상이 중요하지만 언론전체에 재갈을 물리면서까지 비밀협상과 회담을 한다면 이는 국민이 오히려 믿지 않는 가공할 불신풍조를 조장할 수있다.

대남적화통일의 근거가 될 북측 노동당규약을 먼저 개정하고 이어 남측 국가보안법을 개폐하는 논의를 했다면 이야말로 남북정상이 만나 화해 협력을 가시화한 가장 빛나는 협상결과일 것이다.

비록 그것이 약속단계까지 가지 않았더라도 남북간 동의 수준만됐다면 이느 국민 모두에게 알리고 우리의 보안법개정을 손질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있을 것이다.

우리의 보도는 이런 취지에서 국민에게 알리고 합의를 도출하자는 뜻에서였다. 이런 보도내용을‘민족적 죄’운운하면서 매도한다는 것은 자유언론 정부의 대변인으로선 해서도 안되고 할수도 없는 망언이라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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