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 모의테스트 해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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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7일 실시된 의약분업 모의테스트는 일종의 '세트 촬영장' 으로 볼 수 있다.

국립의료원과 의료원 옆 약국이 의약분업에 동의하는 환자만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국립의료원은 자주 처방하는 의약품 목록을 약국에 제공하는 등 거의 만반의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이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드러나 하루 빨리 이를 보완해야 7월 1일부터 시행하는 의약분업 때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안착시킬 수 있다.

가장 큰 과제는 의약분업이 무엇이고 지금보다 더 불편하고 돈이 더 들어간다는 점을 어떤 식으로든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주사약을 약국에서 사 병원에서 투약한 이상례씨는 "의약분업이 뭔지 모른다" 고 했다.

또 모의테스트 평가단원이 이씨를 일일이 안내, 이씨는 큰 불편을 못 느꼈지만 분업이 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환자들은 병원→약국→병원을 오갈 수밖에 없어 이들에 대한 설득작업을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처럼 '불편은 되도록이면 덜 알리는 식' 의 홍보방법도 개선돼야 한다. 게다가 모의테스트에 응하는 환자에게 한달 약값을 정부에서 부담해주는 '당근' 을 줬다.

분업이 시행되면 병원과 약국을 오가면서 돈이 더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도 정부가 "국민 부담 증가는 없다" 며 호도해온 점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알려야 한다.

불편하고 돈이 더 들지만 의약품 오.남용을 막을 수 있고 의사와 약사라는 전문가에게서 이중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국민 의료비용이 절감된다는 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인이나 어린이 환자의 불만이 크고 분업에 대한 수용자세가 덜 돼 있는 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모의테스트를 거부한 층은 대개 이들이었다.

유아 환자의 보호자인 송순자씨는 "의약분업을 하면 지금보다 뭐가 나아지는지 확실치 않다" 며 불안해 했다.

국립의료원 고재욱 소아과장은 "일본에서 3세 이하의 유아는 응급환자로 분류해 의약분업 대상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고 말했다. 또 의약품의 배송료를 누가 떠맡느냐도 문제다.

의사의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갔으나 약이 없어 의약품 배송센터에서 배달하게 할 경우 배달비용이 발생한다.

짧은 거리라 하더라도 기본 배달비용이 있기 때문에 어떨 때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약계.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의료보험수가TF팀에서 배달료를 수가에 포함하기로 했다" 고 말했다. 결국 환자 부담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그는 "약국간에 약품 거래를 허용하도록 규정을 바꿔 소형 약국이 대형 약국에서 약을 사올 수 있도록 해 약품 공급을 원활히 하겠다" 고 말했다.

의약분업이 시행되면 환자들의 가장 큰 불편은 주사약이다.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사 다시 병원에서 주사를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복지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주사는 환자가 자주 가는 동네약국에서 사서 처방을 받은 병원에 가지 않고 약국 주변에 있는 동네의원에서 맞아도 된다" 고 말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동네의원에서 새로 진료받는 형식이 돼 동네의원에서 2천3백원(현재 수가 기준)을 따로 내야 한다. 불편을 더는 대신 돈을 더 내라는 의미다.

신성식.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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