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국회 문턱부터 걸림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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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6대 국회가 5일 법정 개원(開院)시간에 맞춰 공식 출범한다.

4년 전 여야 격돌로 법정시한을 한달 이상 초과한 상태에서 개원식을 한 15대 국회와 비교하면 외견상 순조로운 출발이다.

그러나 과거와 대비되는 생산적인 면모를 보일 것인지는 미지수다.

당장 5일 오후 2시에 있을 개원식의 모양새부터 불투명하다.

새 국회 출범을 축하하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개원 연설이 예정돼 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설을 듣지 않고 퇴장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4일 주요 당직자 회의를 열고 "원내 교섭단체 조건(20석)완화는 4.13 총선의 민의를 배반하는 것" 이라며 "여야 영수회담 정신에도 어긋난다" 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국회법 개정안(교섭단체 10석으로 하향 조정)을 공동 발의한 데 대한 반격이었다.

한나라당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통령의 연설은 듣지 않겠다" 고 연계방침을 정했다.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수석원 내부총무는 4일 민주당 천정배(千正培)수석부총무와의 접촉에서도 이런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공동 발의안을 철회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요구했다.

'상응하는 조치' 란 민주당과 자민련이 공동 발의안을 날치기 처리하지 않겠다고 문서나 공식 발표 형태로 약속하는 것이라고 金부총무는 밝혔다.

민주당측은 "단독 처리를 하지는 않을 것" 이라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각서나 공언 형식의 약속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당은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개최 문제에서도 대치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문회 기간으로 3일을 요구하나 민주당은 하루만 하자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李총리서리에 대해 주로 서면으로 질의하고, 일부 부족한 것에 대해서만 직접 묻는 형식을 희망하나 한나라당은 TV로 생중계하는 공개적인 청문회를 고집하고 있다.

상임위원장 배분도 쉽지 않은 문제다.

한나라당은 '제1당', 민주당은 '여당' 임을 각각 내세우며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차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운영.통일외교통상.국방.예결위 고수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여기에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진행되는 국회의장 경선과 검찰의 선거사범 수사에 대한 야당의 반발 등도 원만한 정국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같은 여야의 대치를 바라보는 비판적인 여론이 양당 모두에 부담이어서 아직은 절충의 여지가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개원 국회가 파행으로 가고 여야가 감정싸움을 벌이면 金대통령이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나 좋을 게 없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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