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층·향별로 세분화되는 분양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4면

2700가구에 2700가지의 분양가를 내놓은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분양가 세분화의 대표적인 사례다. 저층·기준층·최상층 등 3가지 정도로 나뉜 분양가에 익숙해 있던 주택소비자들은 어떻게 집마다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엄밀히 말해 주택 가치는 같은 크기라도 층·향·조망 등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고 시장 거래가격도 세분화하는 추세다. 분양업체들도 요즘은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해 아예 분양 때부터 집값을 잘게 쪼갠다. 대개 분양가 총액이나 평균 분양가를 뽑은 뒤 층 등 항목별로 가중치를 둬 분양가를 산정한다. 분양가 책정에는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이나 감정평가가 활용된다. 분양률을 고려해 업체에서 의도적으로 분양가를 조정하기도 한다.

◆층마다 다른 분양가=층별로 가격 차를 두는 것은 높은 층에선 시야가 넓어져 조망권이 좋기 때문이다. 층이 올라갈수록 가격 차는 더 벌어진다. 조망 범위가 기하급수적으로 넓어져서다. 특히 30층 이상일 때는 분양가 상승 폭이 확 커진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위브더제니스 전용 59㎡의 경우 30층 정도까지는 층당 100만원씩 비싸지다가 34층에서는 1000만원 넘게 훌쩍 뛰었다.

두산건설의 최성욱 분양소장은 “대개 20~30층 아파트는 최상층과 저층 간 가격차가 10~15%인데 30층이 넘으면 시야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30%까지 분양가 차이를 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층이라고 반드시 저렴한 것만은 아니다. 테라스·정원 등으로 특화되면 특화 비용이 분양가에 반영돼 더 비싸지기도 한다.

◆방향도 중요한 요소=한 대형 업체가 최근 수도권에 분양한 한 아파트의 분양가를 책정할 때 남동향(100점)을 기준으로 남향은 100.5점을, 남서향은 기준보다 0.5점 낮은 99.5의 가중치를 뒀다. 분양을 앞둔 서울 강남구 래미안그레이튼 전용 84㎡의 남동향이 8억1250만원이고 남서향은 이보다 0.5% 싼 8억850만원이다. 송도그린애비뉴 전용 111㎡ 남동향(6억2800만원)은 남서향보다 600만원 더 비싸다.

이는 방향에 따라 일조량이 다르기 때문. 업체들은 거실을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을 따져 가구별 일조량을 계산한다. 남향이 가장 많고 동향이 서향보다 좀 더 많아 동향 분양가가 서향보다 좀 더 비싸게 매겨지는 것이다.

◆집 크기에 따라 산정 방식 달라=분양가는 일반적으로 전용면적 기준으로 60㎡ 이하, 60~85㎡, 85㎡ 초과로 나눠 클수록 비싸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전용면적이 클수록 단위면적당 택지공급 가격이 높고, 상한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업체들이 큰 주택은 좀 더 고급스럽게 짓느라 건축비를 많이 들이기 때문이다. 대개 대형과 소형 간 단위면적당 분양가 차이가 10~20%가량 난다.

◆수도권 다르고 지방 달라= 대체로 서울·수도권 지역 청약자들은 조망을 가장 중시한 반면 지방에선 남향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 향에 대한 가중치가 높은 편이다.

포스코건설 이규종 분양소장은 “지방은 남향과 남서향·남동향의 가격 차가 큰 편”이라며 “하지만 지방에서도 조망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정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