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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동 총리지명자는 누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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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자민련 이한동 총재는 국무총리를 맡으면서 기록을 세웠다.

4대 정권에서 권력 요직에 앉은 사례는 드물다.

부침이 심한 정치의 세계를 지키면서 그런 관운(官運)을 가진 사람은 없다.

그는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김영삼(金泳三)정권에서 집권당 대표.사무총장(두번).정책위의장.원내총무(세번)와 내무부장관.국회 부의장을 지냈다.

지난해 12월 말 한나라당을 떠나 자민련에 들어간 뒤 5개월 만에 김대중 정권에서 재상(宰相)까지 올라갔다.

그는 3金씨와 全.盧씨 모두와 부드러운 관계를 맺고 있는 유일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11대 국회에 첫 출마한 이래 한 곳(경기 포천-연천)에서 내리 여섯번 당선한 경력은 YS 이후 李총재가 처음이다.

그런 화려한 경력 때문인지 점술가라는 한 시민이 "이한동 총리 지명자의 사주를 알고 싶다" 는 전화를 총리실로 걸어왔다고 한다.

자민련 관계자는 "그런 정치적 역정에는 독특한 처세와 철저한 자기관리가 있었다" 고 말했다.

그의 이미지는 '뚝심과 기다? 으로 정치권에 투영돼 있다.

그런 인상은 때로는 답답함과 몸조심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때문에 그를 비판하는 의원들은 "우유부단하고, 너무 이것저것 잰다" 고 불만이다.

그러나 그의 주변에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사람' 으로 표현한다.

섣불리 나서기보다 주변 상황을 적절히 다듬은 뒤 적기에 일을 처리한다는 것이다.

그 사례로 측근들은 "1994년 총무 시절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비준동의안을 6월까지 처리해 달라는 정부측 요구를 YS에게 건의해 8월로 연기했고 다시 정기국회까지 미뤄 야당과 합의 처리했다" 는 사실을 든다.

윗사람.아랫사람 모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정치쟁점 관리의 노하우가 그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가 '결정적 순간에 강하다' 는 사례로 주변에선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결별한 점을 든다.

그냥 당에 남았으면 김윤환(金潤煥)의원처럼 공천 때 떨어졌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당직자는 "그만큼 권력의 부침, 대통령이 싫어하는 통치의 역린(逆鱗)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그가 신중한 이유다" 고 말한다.

반면 일부에선 "그는 윗사람의 심기를 너무 의식한다.

이번 자민련 총재 때도 바뀌지 않았다" 고 지적한다.

요즘 그는 KBS-TV 드라마 '왕건' 을 빼놓지 않고 본다.

그는 "지역갈등 해소를 위해 차기 대통령은 왕건의 대통합 정치에 충실해야 한다" 고 주장한다.

그의 중부권 출신 대망론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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