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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신탁 파문에 침통한 朴총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박태준(朴泰俊.TJ)총리는 18일 오전 9시25분쯤 출근했다.

평소보다 40여분 늦었다.

침통한 표정이었다.

전날(17일) 부동산 명의신탁 문제가 불거진 뒤 한잠도 못 잤다고 한다.

총리실 관계자는 "문제의 부동산 여섯 건 가운데 두 건은 TJ부부 소유가 아닌 데다 부동산실명제법 시행 이전에 명의신탁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 며 "그러나 '깨끗한 정치인' 이란 이미지가 손상됐다" 고 곤혹스러워했다.

한나라당과 시민단체들이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그래서 TJ는 당초 대응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바꾸었다.

오후 6시쯤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TJ는 ' "유감스럽고 송구하다" "부덕의 소치고 주변 관리를 못한 책임" 이라거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고 말했다.

TJ는 또 "1993년 정치적 이유로 대대적 사찰을 받았지만 모든 사실에서 큰 잘못이 없어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에 이르렀다" 는 해명도 했다.

YS정권 시절 정치보복을 당했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포항제철을 세무조사해 TJ가 3백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형성했고 이 가운데 2백억원 이상을 타인명의로 분산 소유했다고 발표한 것을 언급한 것. 그러나 이번 판결은 발표의 일부를 확인해준 셈이다.

TJ로선 더욱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TJ는 최근 본격적으로 경제 챙기기에 나서던 차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여름은 (일하느라)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 (崔在旭국무조정실장)이란 예고도 있었다.

하지만 TJ 자신이 시비에 휘말려 추진력에 손상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TJ는 오후 2시25분쯤 급작스레 일정에 없던 서울 테헤란로 벤처벨리 순방에 나섰다.

정통부 산하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을 방문해선 벤처기업을 최대한 지원하도록 지시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게 총리의 입장" 이라고 측근은 전했다.

박정호(朴正浩)총리공보수석은 "(총리는)나라가 처한 남북정상회담 등 현안들과의 조화를 생각하고 있다" 며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거취문제에 대해 표명했을 것" 이라고 말해 TJ의 고민을 드러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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