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 찬호-크루터 올 4승중 3승 합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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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포수에 대한 박찬호의 입맛은 까다롭다.

데뷔 초기 마이크 피아자(뉴욕 메츠)가 안방을 지킬 때 "피아자의 앉은 키가 너무 커 나도 모르게 스트라이크 존이 높은 곳으로 쏠린다" 고 했고 2루 송구가 늦은 피아자가 누상에 주자를 두고 바깥쪽 공을 요구할 때마다 한번씩은 고개를 가로 젓곤 했다.

박은 1997년 14승을 올릴 때도 피아자보다는 수비형 포수였던 톰 프린스를 더 좋아했다.

또 피아자가 트레이드된 98년에는 수비형 포수 찰슨 존슨(볼티모어 오리올스)과 호흡을 맞춰 15승을 올리며 자신의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러던 박찬호는 지난해 토드 헌들리.폴 로두카.엔젤 페냐 등 3명의 파트너를 바꿔가며 13승을 기록, 간신히 체면을 지켰다.

박은 올해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춰 1승을 올리기 시작, 4승 가운데 3승을 주전 헌들리가 아닌 크루터와 콤비를 이뤄 따냈다.

데이비 존슨 감독도 이런 박찬호의 '입맛' 을 알고 8일 경기가 끝난 뒤 "찬호가 등판하는 경기에는 크루터를 기용하겠다" 고 선언했다.

14일 경기는 크루터의 리드와 박찬호의 호흡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보여준 경기였다.

크루터는 왼손타자인 3번 짐 에드먼즈와 5번 레이 랭포드를 상대로 6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박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크루터는 올해 서른여섯의 베테랑으로 88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데뷔, 다저스가 일곱번째 팀인 떠돌이 포수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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