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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세 김분옥 할머니 전 재산 장학금 기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컨테이너 박스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는 70대 할머니가 행상 등을 통해 모은 전 재산 2천만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월학2리에 사는 김분옥(金紛玉.77.사진)씨는 지난 주말 인제군청을 방문, 2천만원 기탁증서를 인제군 장학회에 전달했다.

노환으로 이웃 주민의 등에 업힌 채 인제군청을 찾은 金할머니는 전달식에서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게 평생의 한이었다" 며 "나처럼 돈이 없어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 다시 없도록 해달라" 고 말했다.

충북 제천 출신인 金할머니는 결혼해 두딸을 낳았으나 모두 첫돌도 넘기지 못하고 세상을 떴다.

충격을 받은 金할머니는 25세 때 무작정 집을 나와 홀로 떠돌이 생활을 시작했다.

金씨는 1965년 인제군에 정착했다.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빈 집을 전전하며 관광객과 군부대 장병 등을 상대로 라면.막걸리 행상을 해 푼돈을 모았다.

35년간 행상을 하며 끼니를 거르기는 다반사였고 겨울에도 바지 하나로만 생활했다는 게 이웃 주민들의 설명이다.

金할머니는 "3천만원만 모으면 소년.소녀 가장이나 불우 청소년들에게 줄텐데…" 라고 입버릇처럼 말해 왔다는 것. 그러나 패혈증으로 지난달 원통의 중앙병원 중환자실에 입원을 하게 되자 '더 늦기 전에 장학재단에 기증하겠다' 고 결심한 것이다.

"어렵게 모은 돈인 만큼 후세들을 위해 뜻있게 쓰였으면 좋겠다" 는 것이 金할머니의 소박한 바람이다.

인제〓홍창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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