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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110명" vs "교사 103명" 서울의 두 초등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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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교동초등학교

서울 종로구의 교동초등학교는 전교생이 110명이다. 한 학년이 한 반씩이다. 마치 시골 분교 같다.

반면 강서구의 신정초등학교 학생 수는 2778명. 교동의 25배다. 선생님만 103명이다.
인구 1000만명 이상이 사는 서울에서 공존하고 있는 '초미니 학교'와 '초대형 학교'의 모습이다.

◆10년 만에 되찾은 수학여행의 추억

교동초교 5, 6학년 42명은 지난 6월 24일 경주로 ‘특별한 수학여행’을 떠났다. 전교생이 200명 미만인 이 학교는 10여년 전부터 6학년 수학여행을 갈 수 없었다.

2007년 3월 부임한 진동주 교장과 박성해 교감은 학생들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수학여행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 결과 종로구 3개 학교 연합수학여행을 이끌어 냈다.

교동초등학교는 1894년 ‘관립 교동왕실학교’로 개교한, 한국 최초의 초등학교다. 1960년대엔 전교생 수가 5000명을 넘었지만 도심인구 공동화 현상으로 초소형 학교가 됐다. 학생 수가 줄어들자 우선 학교 면적이 줄었다. 본관이 있던 자리를 다른 학교에 넘겨주고 그 동쪽에 새 건물을 지어 이전했다.

선생님은 교장, 교감을 포함해 13명 밖에 되지않는다.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는 초대형 학교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한 선생님이 여러 업무를 맡다보니 ‘수업 외 부담’이 무겁다. 더구나 ‘학교 통폐합’이 거론될 때마다 속앓이를 해야 한다.

좋은 점도 많다. 학급당 학생 수가 적어 맞춤형 지도가 가능하다. 전교생이 매주 원어민 강사를 통해 살아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다. 학생들끼리, 학생과 선생님 사이의 유대감도 높다. 매주 한 번 모든 선생님과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전체 조회를 연다. 자칫 딱딱해질 수도 있는 교장선생님의 말씀을 학생들이 잘 따른다고 한다.
가장 좋은 점은 바로 점심 시간. 지난 7일 교동초등학교를 찾았을 때 4교시가 끝난 낮 12시 20분부터 전교생 110명 모두가 급식실에서 식사를 마치는데 걸린 시간은 단 30분이었다.

◆쑥쑥 크는 월드컵 꿈나무의 산실

지난달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열린 전국 초중고 주말리그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신정초교는 광양제철남초교를 2-1로 이겨 우승을 차지했다. "주중엔 공부를, 주말엔 축구를 즐기자"는 취지로 올해 처음 열린 이 대회에 초등부는 모두 233개 팀이 참가했다. 이 학교는 축구 뿐만 아니라 수영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금 3개, 은 1개, 동 2개를 따냈다.

신정초등학교

신정초교는 지난해 '체육우수학교'로 서울시교육감 표창을 받은 스포츠 꿈나무의 산실이다.

초대형 학교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어, 컴퓨터, 축구, 수영 등 26개 강좌 143개 반을 운영하는 신정초교는 올해 3월 서울시교육청의 '방과후학교 영어 거점 학교'로도 지정됐다.

1933년 양천공립보통학교 신정분교로 출발한 신정초교는 1981년에는 전교생이 무려 9319명으로 118학급을 운영한 적도 있다. 현재 서울에서 가장 큰 학교지만 당시에 비하면 30% 수준이다. 학급 당 평균 학생 수는 34.7명으로 서울 평균인 28.9명보다 많다.

신정초교의 교문은 3곳이나 된다. 교직원을 포함해 3000명 가량이 드나든다. 6층인 본관 건물은 정면에서 보면 다른 학교와 비슷하지만 폭이 넓다. 옆에서 보면 세 겹이다.

3000명의 점심식사를 준비하는 급식실 조리 인원만 영양교사를 포함해 16명. 이들은 오전 7시 출근해 식사를 준비한다. 급식실(맛뜰)의 수용 인원은 380명으로 다른 학교에 비해 크지만 점심시간에 이곳을 이용하는 학생은 4학년 14개 학급 뿐. 다른 학년은 교실에서 식사를 한다. 밥과 반찬은 엘리베이터로 운반한다.

전교생이 동시에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운동회도 1, 3, 5학년과 2, 4, 6학년으로 나누어 2차례 실시한다. 학생 수가 많다보니 최근 신종플루 대유행 때 발열 체크와 백신 접종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노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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