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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에 바란다] 2기 독자위원회 4월 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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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앙일보 2기 독자위원회 두번째 모임이 지난 24일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위원장인 김영호(金榮鎬)우석대 교수의 사회로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에서 독자위원들은 총선기사 등 4월 한달간의 본지 보도내용과 편집방향을 돌아보며 비판과 대안을 제시했다.

독자위원은 金교수를 비롯, 황시봉(黃時鳳.STIC IT 벤처투자 대표).정옥선(鄭玉仙.주부).유두현(柳斗現.변호사).김영재(金英材.경실련 시민입법국 간사).김유미(金有美.고대신문사 편집국장)씨다.

이 자리엔 장성효 편집국장대리, 이덕녕 논설위원, 안희창 독자팀장, 허의도 경제부 차장, 김교준 정치부 차장, 김종혁 국제부 차장, 김행 여론조사팀장, 권영민 행정팀장이 참석했다.

▶김영재〓남북 정상회담 합의는 큰 사건이긴 하나 신문보도가 분위기만 띄우는데 치우쳐 과연 문제가 없는지 세심한 점검이 부족한 것 같다. 과잉기대는 회담 자체에도 좋을 것이 없으며 국민에게도 환상만 심어줄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또 남북관계뿐 아니라 주변 강국과의 관계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줬으면 한다.

▶황시봉〓이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의 형성이 중요한데 지금은 정부의 주도대로 언론이 그냥 따라가는 상태다. 설사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언론은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

▶김영재〓통일에 관한 문제는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대통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발표하는 과정에 대해 지적이 없었다.

▶김영호〓최근 북한관계 기사가 크게 늘었다. 언론이 정부가 밀고 나가는데 함께 휩쓸리는 것 같다. 다시 말하면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나중에 보자' 는 식인 것 같다.

▶정옥선〓중앙일보가 남북정상회담의 정확하고 충실한 보도를 위해 자문위원 5명과 기획위원 10명을 위촉한 것은 시의적절했다. 다만 여성 전문가가 한명도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

▶김영호〓선거 여론조사와 관련, 3월 회의에서 정확성에 대해 반드시 검증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송 출구조사가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중앙일보의 여론조사도 차제에 자체검증이 있었으면 한다.

▶김유미〓15일자에 방송사의 출구조사 실패를 다룬 기사가 취재일기와 함께 나왔다. 아쉬운 점은 방송사의 잘못만 꼬집고 출구조사 실패의 원인분석이 적었다는 점이다.

▶김영재〓이번 선거에서 언론들이 편파보도라는 시비에서 벗어난 점은 크게 평가할 만하다. 또 낙선.낙천 운동이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는데, 이는 언론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특히 중앙일보가 전과기록 공개 기사에서 과감히 실명을 실은 것은 좋은 보도태도였다고 본다.

▶김유미〓7, 8일자 총선후보의 병역.재산.납세.전과 등 신상자료를 실명으로 상세하게 보도한 것은 확실히 차별화되는 기사였다. 그러나 같은 전과라도 파렴치범과 양심수를 가리는 작업은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또 전과 공개와 관련한 8일자 '엇갈린 득실, 표계산 분주' 등의 기사는 핵심과 상관없는 가십성을 너무 크게 보도한 것 같다.

▶유두현〓여야가 공천과정에서 당규를 위반했다면서 총선연대가 공천무효 소송을 냈지만 벌률적으로 공천이 잘못됐다는 판결이 나와도 현실적으로 되돌릴 방법이 없다. 때문에 현 선거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세밀한 분석이 없었다. 또 총선연대의 주장에 대한 반대논리를 비중있게 언급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다.

▶황시봉〓우리사회에서 개혁은 무조건 옳은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것 같다. 총선연대의 낙천.낙선 운동과 그들의 주장을 그만큼 비중있게 써줄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아직도 이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특히 선거법 위반 등 불법 행위에 대한 비판이 약했다.

▶김유미〓민국당에 대한 기사는 너무 많았고 진보정당에 대한 기사가 너무 적었다. 진보정당의 득표율이 더 높았다는 점에서 균형이 맞지 않았다고 본다.

▶김영호〓총선 이후에 선거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기사가 없었다. 특히 선거 후 정치개혁을 되짚어보는 기획기사가 있었으면 했으나 눈에 띄지 않았다.

▶김영재〓총선 이후 JP를 너무 희화화(戱畵化)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옥선〓김근태.박근혜 당선자의 포부와 각오를 듣는 기사의 제목은 '보스 거수기 노릇 그만' 이라고 돼 있으나 내용을 읽어보니 그들이 앞으로 국회운영에서 대화와 타협에 주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제목을 보다 기사에 맞게 달았으면 한다.

▶김영호〓지난달 회의에서도 코스닥 시장을 걱정했었다. 그리고 17일 마침내 폭락사태가 벌어졌다. 언론이 뭔가 경고를 해줄 수는 없었을까.

▶정옥선〓미국은 언론은 물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까지 나서 나스닥을 비롯한 주식시장의 폭락사태를 경고했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말 이후 코스닥 시장의 상승률이 나스닥의 3배에 달했다. 그런데도 중앙일보를 비롯한 우리 언론의 경고성 기사는 부족했다고 본다.

▶황시봉〓언론이 경고했다고 주식시장의 투자자들이 꼭 따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시장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기사는 항상 필요하다.

▶유두현〓15일자에 '해태유통의 법정관리개시 결정됐다' 라는 기사가 나왔다. 그러나 법률용어에 '법정관리' 라는 말은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회사 정리절차 개시다. 바른 용어를 사용해 주기 바란다.

▶김영호〓신문기사는 방송보다 딱딱해지기 쉽다. 그러나 군부대에 1만권의 책을 보낸 주부의 이야기나 '송상(松商)후예 한창수' 씨의 부음 기사 등 부드러운 기사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부음기사는 외국에서는 많이 소개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중앙일보가 '삶과 추억' 이란 이름으로 이를 시도한 것은 적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옥선〓조인스 닷컴 섹션의 17일자 커버스토리 '닷컴엔 황혼이 없다' 라는 기사도 돋보이는 기사다. 노인들은 신문을 가장 자세히 보는 독자층이다. 그러나 실제로 노인들을 위한 기사는 너무 적다. 앞으로도 이런 기사가 발굴돼야 한다. 또 정보화 기사가 늘어나면서 주부들을 위한 기사가 많이 줄었다. 과거에 중앙일보는 주당 3~4면은 배정했으나 요즘은 그런 것 같지 않다.

▶유두현〓중앙일보가 노인들의 정보화에 보다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께 컴퓨터를 사드렸으나 컴퓨터를 배우려 해도 배울 곳이 없더란 말도 들었다. 신문에 강습소가 소개되나 시(市)나 도(道)에 한두군데 있다고 한다.

▶김영재〓의약분업과 직장의료보험 파업에 대해 기사는 꾸준히 나오지만 신문만 봐서는 쟁점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이고 당사자들의 주장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

▶유두현〓요즘 형사사건 중 히로뽕 관련 사건의 수가 급증할 정도로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이에 대한 심층분석 기사가 필요하다.

▶중앙일보〓정상회담 자문위원과 기획위원에 여성 배려가 없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정상회담 합의는 워낙 큰 사건이라 초기에는 야당의 입을 통한 비판 외에 중앙일보 자체의 목소리가 들어갈 여지가 적었다.

앞으로 본사의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진 등 많은 북한 전문가들을 통해 다각적인 접근을 하겠다. 진보정당에 대한 기사가 적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대로 너무 많이 썼을 경우 역 편파보도라는 시비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했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경고는 폭락 3주전에 코스닥 거품론에 대한 기획기사가 나간 바 있다. 주가에 대한 구체적인 예측기사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현상위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 여론조사의 정확성은 개표가 시작되기 전에 만들어진 14일자 가판 총선 판세분석 기사에서 명확히 나타났다.

모든 신문들이 방송의 출구조사를 근거로 민주당의 압승을 예견할 때 중앙일보만 정확한 판세를 전했다.

의약분업 문제는 중앙일보에서 특종보도로 기사를 쓰기 시작한 이후 오히려 너무 많이 쓰는 것이 아니냐는 평을 들었다.

그러나 쟁점이 무엇인지 한번 중간점검을 해보는 기회를 만들겠다. 주부들과 노인들을 위한 지면을 늘릴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 중앙일보가 정형화를 시도하고 있는 부음기사에 대해 엄밀한 지적과 평가를 계속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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