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공포! 등·하교길 차량] 上.'스쿨존' 있으나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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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질주하는 차량, 인도까지 올라오는 트럭…. 어린이들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각종 장애물과 과속차량을 피해 아슬아슬하게 길을 건너고 있다.

"학교 보내기가 겁난다" 는 학부모들도 많다. 유치원.초등학교 앞 도로를 '스쿨 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놓았지만 말뿐인 곳이 적지 않다. 스쿨 존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두차례로 나눠 짚어본다.

포항시 북구 용흥동에 사는 학부모 金모(35.주부)씨는 집 근처 남부초등교에 다니는 3학년 딸(10)이 교통사고나 당하지 않을까 늘 조마조마하다.

등.하교때는 물론 틈만 나면 "조심해 길을 건너라" 고 주의를 준다. 金씨는 "너비 8m정도의 학교 앞 도로에 차량들이 줄지어 있어 사고가 나기 십상" 이라며 "안심하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방법을 찾아달라" 고 호소했다.

◇ 무시되는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24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동 성동초등교 앞. 노점상 50여개가 들어서 있고, 화물트럭도 버젓이 세워져 있다. 아이들이 다닐 인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아이들이 다닐 인도는 아예 사라져 버렸다. 진입도로 입구에 세워진 '어린이 보호구역' '노점상 금지거리' '불법주차 금지' 란 안내표지판이 무색할 정도다.

1백여m에 이르는 진입도로는 시장을 방불케 했다. 스쿨존은 도로교통법과 어린이 보호구역 지정 및 관리규칙에 따라 지정토록 돼 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대구지역 초등학교 1백80곳과 유치원 87곳의 정문 앞 3백m 구간을 스쿨존으로 지정, 4백만~1천만원씩을 들여 과속방지턱.미끄럼방지시설.안내표지판 등을 설치했다. 올해는 초등학교와 유치원 18곳에 스쿨존을 설치해 어린이들을 보호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수성구 지산동 용지초등 정문 앞은 어린이들에게 여전히 무시무시한 도로다.

왕복 8차로로 길이 넓은데다 내리막이어서 과속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스쿨존으로 지정돼 있지만 과속방지턱이나 횡단보도조차 없어 어린이들이 달려오는 차량을 피해 무단횡단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생들을 위해 정문 앞에 횡단보도를 설치하고, 과속차량을 단속해 달라" 고 요구하고 있다. 남구 대명동 남도초등 진입로는 너비 5~6m로 폭이 좁지만 학교 담을 따라 불법주차 차량들이 줄지어 서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 학교 朴모(12.6년)군은 "등교할 때는 출근차량들이 너무 많아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다" 고 불평했다.

달서구 송현초등 앞 도로는 제한속도인 시속 30㎞를 넘는 과속차량 때문에 교통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달서구 월성동 감천초등 앞은 스쿨존에 들어설 수 없는 노상주차장이 자리잡고 있다.

포항 남부초등 차동목(車東睦)교감은 "교통사고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이만저만 아니다" 며 "경찰에 몇차례 건의해 봤지만 대안이 없는지 소용없었다" 고 말했다.

홍권삼.황선윤.안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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