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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참여 없으면 녹색성장도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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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환경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세계 각국은 녹색산업 육성을 통한 경기 부양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이에 경제 성장과 환경 보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21세기 신성장 패러다임으로 ‘녹색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녹색경쟁력 강화를 위한 10대 정책 과제를 제시한 ‘녹색성장 국가 전략 및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5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인 총 10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포함돼 있다.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 성장동력의 확충, 산업의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녹색생활로의 획기적인 변화까지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녹색소비 자체를 녹색성장의 한 축으로 인식하고 환경과 성장, 소비의 선순환 구조를 꾀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녹색소비의 활성화는 녹색성장의 원동력이자 구심점으로 이를 실천하는 소비자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미 정부는 녹색성장 10대 정책 방향 중 ‘생활의 녹색혁명’ 분야에 녹색생활 실천 확산, 녹색소비 활성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생활의 녹색혁명’은 1992년 리우환경회의에서 제시된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이는 지금까지 경제 성장의 바탕이 됐던 양적 소비 규모의 증가보다는 환경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소비 방식과 내용을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비자가 녹색제품을 구입하거나 자원의 재활용, 에너지 절약, 분리배출 실천 등이 이에 속한다.

소비자가 비용 절감과 같은 직접적 가치를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는 에너지 절약 분야는 그래도 실천이 쉬운 편이다. 녹색제품의 경우에는 구입하고자 하는 녹색제품들이 다양하지 못하거나 구매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문제점, 낮은 품질 등이 녹색제품 구입을 어렵게 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관심,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는 참여의식이나 심리적 만족감만 가지고는 자발적인 녹색소비 실천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소비자들에게는 기업이 양질의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도록 격려하고 자극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책임 있는 소비자는 자신의 선택이 기업의 경쟁력, 시장 경쟁, 환경, 에너지 소비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이를 실행하는 소비자다. 소비자의 책임 있는 선택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더 나아가 국가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책임의식 없이는 녹색성장이 실현될 수 없다는 인식의 확산을 기대해 본다.

김영신 한국소비자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