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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도 튀어야 뜬다… 끊임없는 변신 필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만화에도 흥행 문법이 있다. '독고탁' 이나 '까치' '현겸' 같은 스타를 캐스팅하고 스포츠물이나 학원물 등 트렌디물을 좇기도 한다.

게다가 만화 잡지는 빈틈없는 편성 전략까지 갖추고 있다.

눈치가 빠르다면 벌써 "아하!" 하고 무릎을 쳤을 것이다. 만화는 TV 드라마와 꽤나 닮아 있다. 때문에 두 장르는 서로에게 '거울' 이 된다.

TV 드라마 를 바라보면 만화가 보이고 만화를 들여다 보면 TV 드라마의 앞날이 비친다.

장르적 특성이 닮았지만 시스템의 변화 속도는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만화의 흥행 문법을 드라마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 .

◇ 만화에도 스타가 있다?〓어떤 스타가 출연하느냐는 드라마 시청률의 '보증수표' . 때문에 스타 캐스팅을 위해 방송사간에 '가격 전쟁' 이 붙기도 하고, 일부 PD들은 "톱 탤런트들의 경조사를 일일이 쫓아다니며 물밑 작업을 해야 한다" 며 하소연할 정도다.

이 점에서 만화는 10년쯤 앞서 있다. 1980년대만 해도 만화계에서 스타 시스템의 폐해는 심각했다.

스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대본소용 만화들이 대량 생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작업은 '공장' 으로 불렸던 문하생들에 의해 기계적으로 이뤄졌음에도 만화는 유명 작가의 타이틀을 걸고 출판됐다.

자연히 작품성은 바닥일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는 90년대 초반 다양한 만화 잡지들이 등장하면서 해결됐다.

채널이 늘어나고 양질의 작품들이 쏟아지자 독자들도 스타만 내세운 만화에 등을 돌렸던 것이다.

이제 만화의 스타 캐릭터는 독자에게 친숙함은 줄지 몰라도 작품의 '보증수표' 는 아니다.

◇ 스타도 변해야 스타〓스타급 탤런트에게 변신은 필수다.

항상 고정된 스타일이라면 인기를 계속 끌고 가기 어렵다. 만화도 마찬가지. 학산문화사의 박성식 팀장은 "작가가 작품의 캐릭터를 바꾸려면 1년 정도 살을 깎는 작업이 필요하다" 고 설명한다.

대히트를 기록했던 일본 만화 '드래곤볼' 의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와 '슬램덩크' 의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대표적인 예다.

이노우에는 '슬램덩크' 이후 내놓은 '배가본드' 에서 캐릭터를 모두 바꾸는 과감함을 발휘, 지속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반해 캐릭터를 바꾸지 않은 도리야마는 발표한 몇몇 단편들이 식상하다는 반응을 얻자 잡지 연재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 제목 정하기〓제목은 드라마의 얼굴이다.

'보고 또 보고' 가 50%가 넘는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할 때 MBC PD들 사이에선 "일일극은 홀수 제목이 뜨더라" "다섯자는 성공하더라" 는 등의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만큼 제목은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다.

만화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울문화사의 김문환 부장은 "만화 제목은 부드러운 발음과 분명한 주제의식이 담겨있고 또한 튀어야 한다" 고 설명한다.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학원 인기물 '진짜 사나이' 의 원제는 '자유시대' 였다.

하지만 막연하고 피상적이라는 출판 기자의 조언으로 제목을 바꿔 성공했다.

물론 '벤치마킹' 도 도입된다. 인기 무협물인 '용비불패' 는 영화 '동방불패' 에서 제목을 따왔다.

무협물은 중국식 탁음이 들어가야 어울린다는 것. 또 60.70년대 경상도 시골을 배경으로 한 '건빵 한 봉지' 는 가난한 시절을 다룬 일본 단편소설 '우동 한 그릇' 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왔다.

이밖에 주인공의 이름이 그대로 제목이 되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사람 이름은 세련된 이미지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로 시대물에 많이 사용된다.

'옥이 이모' '은실이' '국희' '허준' 등이 그렇다.

만화에서 이런 예는 오히려 일본 작품에서 주로 보인다.

'미래소년 코난' '소년탐정 김전일' '아키라'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기획 단계부터 캐릭터 산업을 고려하는 토털 마케팅 시스템이 일찍 자리를 잡은 까닭이다.

◇ 정(靜)화상과 동(動)화상의 차이〓TV드라마는 초반 부진을 면치못하다가도 중반에 인기가 치솟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청춘의 덫' 도 그랬고 '허준' 도 그랬다. 하지만 만화에서 이런 경향은 찾기 힘들다.

초반에 탄력을 받지 못하면 독자들에게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출판물과 영상물의 속성 때문이다.

TV가 수동적인 시청자에게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는데 반해 만화는 독자들이 능동적으로 접근하는 것. 만화가 초반에 눈길을 끌지 못하면 추가 독자를 확보하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문에 각 만화 잡지는 신작을 앞쪽에 편성하는 등 초반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는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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