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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운동 100일 평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시민운동이 14일 총선연대 기자회견을 끝으로 3개월간의 숨가쁜 활동을 마감했다.

낙선운동은 다선 중진의원을 포함한 59명의 '표적' 후보를 정치권 무대 뒤로 사라지게 하고, 대신 시민을 정치무대의 '주인공' 으로 우뚝 세우는 참여민주주의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1월 12일 '2000년 총선시민연대' 는 발족과 함께 "부패.무능 정치인을 물갈이 해 모든 사회개혁의 걸림돌이 되는 정치를 개혁하겠다" 고 선언함으로써 새천년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을 일으켰다. 정치.환경.여성.교육.소비자 등 각 분야 사회단체와 종교계 등 전국 시민단체 4백12개가 발족단계부터 앞다투어 참가했다는 점도 총선연대 탄생이 예사로운 것이 아님을 예고했다.

낙선운동은 지난해 12월 정치권의 의정활동을 모니터하던 시민단체 활동가 수십명이 지리산에 모여 소위 '피아골 결의' 를 통해 낙선운동을 결정하면서 '유권자 혁명' 이 태동됐다.

총선연대는 올들어 1월 24일 공천반대 인사 66명의 명단을 발표, 본격적으로 정치권과 맞섰다. 명단에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비롯, 다선 중진의원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낙천명단은 곧바로 일부 정당이 제기한 '음모론' '유착설' 과 지역감정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닥쳐 휘청거렸다.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 시비도 잇따랐다. 결국 낙천리스트는 공천과정에서 제한적으로 반영됐다.

총선연대는 공천무효 소송을 통해 밀실공천의 문제를 부각시키려 애썼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그러자 위헌적 선거법에 맞서 불법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선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과정서 시민들의 힘이 조금씩 모이기 시작했다.

5천~1만원씩의 주머니 돈을 턴 시민성금이 3억5천여만원이나 모였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하루 1만여명씩 3개월간 85만명의 네티즌이 접속하고 글을 올렸다. 법조인.교수.교사.종교계.대중음악인.영화인 등 각계의 지지회견이 이어져 힘을 보태기도 했다.

총선연대는 각종 퍼포먼스와 만민공동회, 유권자 독립선언, 젊은 유권자를 겨냥한 페스티벌 개최, 버스투어 등 다양한 시도로 '머리띠' 와 시위로 상징되던 시민운동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 올렸다는 평가도 받았다.

일시 정체상태에 빠졌던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은 지난 3일 86명의 낙선대상 명단을 발표하면서 선거정국에 또다시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22명의 집중 낙선대상 후보자들이 거세게 저항했지만 결국 그들에게 치명적인 직격탄으로 작용해 이 중 15명이 낙선되는 결과를 낳으면서 '시민혁명' 의 대단원을 기록했다.

총선연대 박원순 상임공동대표는 "시민의 힘은 위대하며, 이번 총선은 이같은 진리를 그대로 보여준 것일 뿐" 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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