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낙선운동은 변화의 가능성"-총선연대 박원순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낙선운동이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은 국민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

13일 오후 서울 안국동 총선시민연대 사무실에서 낙선 대상자들의 당락 여부를 지켜본 박원순(朴元淳.사진)상임집행위원장은 "선거 이후에도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돼 낙선운동을 끝내고도 홀가분하지 못하다" 고 말했다.

朴위원장은 "총선연대가 선정한 86명의 낙선 대상자 중 절반 이상이 떨어지고 다선 중진 의원까지 낙선의 고배를 마시게 된 것은 오로지 유권자의 심판 결과" 라며 "앞으로 부패.무능한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새 천년의 총선정국에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전혀 새로운 형태의 시민운동으로 '핵폭탄급' 파장을 던진 그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정치개혁의 변화 가능성을 보여줬다" 는 점을 낙선운동의 최대 성과로 꼽았다.

특히 일부 지역이기는 하지만 지역감정의 두터운 벽을 넘은 점도 낙선운동의 개가로 돌렸다.그럼에도 여전히 뿌리깊은 지역감정의 골은 앞으로 국민 모두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했다.

전국을 버스로 순회하며 벌인 낙선운동 지지 서명에 30여만명이 동참했고 3억5천여만원의 성금이 모였다고 소개했다.

또 인터넷이라는 매체가 홍보수단으로 떠오르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을 많이 끌었다고 평가했다.

"낙선 대상 후보의 당락 여부와 낙선율은 중요한 게 아니다" 는 그는 "네거티브 운동이라는 한계 때문에 특정인에게 비난의 화살이 꽂힌다는 점에서 인간적 괴로움이 컸다" 고 털어놓았다. 특히 "정치권의 음모론과 지역감정의 역풍이 몰아칠 때는 순수한 시민단체가 진흙탕 정치권에 휘말린다는 생각에 낙선운동을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많았다" 며 "국민적 지지가 운동을 지속시킨 원동력" 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본 '택시기사들이 자신을 알아보고 "좋은 일 한다" 며 차비를 안받거나 '행인이 주머니에서 1만원을 꺼내 손에 쥐어주며 "식사 거르지 말라" 고 했을 때는 "눈물이 핑 돌았다" 고 했다.

각기 성격이 다른 4백여 단체가 모여 연대운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을 낙선운동의 또다른 성과로 꼽은 그는 "지역감정과 맞서 싸운 지역의 풀뿌리 단체와 밤새워 일한 활동가들의 정성 덕분에 큰 문제 없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는 말을 잊지 않았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