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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살리는 환경] 2.환경문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나-찬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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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소득수준은 1만달러인데 환경요구 수준은 3만달러를 넘는다."

각종 환경민원을 경험하는 건설 관계자들의 말이다.

위천공단 건설반대 논란에 이어 최근 민주당의 동강 영월댐 백지화 발표에 이르기까지 '환경' 이 절대적인 사회가치로 등장하면서 각종 개발사업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단편적인 조사이긴 하지만 환경관계자의 58%가 개발사업은 '환경파괴적' 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대다수의 초등학생들조차 '환경보전〓선, 개발〓악' 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다.

우리 교육 자체가 '모든 개발은 본질적으로 악성개발' 이라고 주장하는 인도의 어떤 생태운동가처럼 근본생태주의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그 동안의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각종 개발사업이 자연을 훼손하고 환경오염을 가져온 업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의 사회간접자본(SOC)수준은 '삶의 질' 은 물론 국민의 기본 수요도 충족시키지 못한다.

경제.사회.국토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무차별적인 환경주의는 꼭 필요한 시설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더 많은 비용 투자를 유발해 미래세대에 더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1980년대 교통 SOC에 대한 투자 부진이 오늘날 교통난을 가속화해 교통혼잡 비용이 97년 기준으로 연간 18조4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또 90년대말 이후 댐 개발이 거의 중단돼 2006년 이후에는 물부족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할 것으로 우려된다.

인구.경제규모의 증가에 따라 매년 늘어나는 기본적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발은 필수불가결하다.

2020년에는 인구가 5천58만명으로 늘어나 수도권에는 향후 5년간 매년 20만~25만가구의 주택공급이 필요할 전망이다.

국토이용의 제약과 국내외적인 경제.사회 여건 등을 고려해 볼 때 선진국형 국토관리기반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향후 10년간 수자원.도로.주택부문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만 요즘은 아파트에도 '환경마크' 가 부여되는 시대다.

'환경보전' 은 거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임을 개발에 관계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고려없는 도로 1백㎞를 건설하는 것보다 60㎞라도 환경을 고려한 도로 건설이 결국 경제적이며 공사도 신속히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전할 지역은 절대 보전하며 개발가능한 지역에 대해서는 개발의 양과 속도를 조절하는 '선 계획-후 개발' 의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도 지난해 '새천년 친환경건설선언' 을 통해 환경친화적 개발의 의지를 천명한 바 있고 건교부 내에 '건설환경과' 와 '주거환경과' 를 신설하는 등 조직과 정책도 정비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서 소규모 사업에도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게 됐고 도시계획법 등 각종 개발관련법도 '환경' 을 내부 목적화하는 법령정비를 통해 구체적인 실천 수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개발이냐 보전이냐' 하는 극단의 대립은 양쪽 모두에 소모적인 낭비일 뿐이다.

과거의 무분별한 개발시대를 되돌아 보고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이를 바로잡는다면 환경가치를 고려하는 환경친화적인 개발이 불가능할 이유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환경친화적인 개발과 국가의 이익을 고려하는 환경보전이 서로 조화하는 상생(相生)의 노력이 정말 필요한 때다.

김선희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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