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공식 확인] 홍성 현지 표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어떻게 키운 소들인데…. "

2일 오전 의사(擬似)구제역이 발생한 충남 홍성군 구항면 장양리 李모씨 축사에서 5백m정도 떨어진 최중식(52)씨 축사. 崔씨는 소를 끌고 가려는 군청직원 등에게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 며 소 고삐를 놓지 않았다.

그러나 崔씨의 한우 20마리는 발병지와 가까워 전염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결국 끌려가 도살돼 땅에 묻혔다. 이날 이 지역에서 폐사처리된 가축은 괴질에 걸린 한우 32마리를 포함, 한우.돼지 등 모두 98마리에 이른다.

의사 구제역이 발생한 구항면 장양리를 비롯, 홍성 일대 지역은 1일 밤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에 풍경이 1백80도 바뀌었다.

주요 도로마다 바리케이드가 설치되고 무장경찰관.예비군 등이 동원돼 차량.외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도로와 축사 등 곳곳에서는 방역차가 내뿜는 소독약이 뿌옇게 피어 올랐다.

전날까지 영농준비로 한가롭던 농촌이 하룻밤 사이에 한바탕 전투를 치르고 있는 듯한 지역으로 돌변한 것이다. 게다가 파주 의사 구제역이 구제역으로 공식 판정됐다는 소식마저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서울에서 급파된 국립수의과학연구소 전문가들을 비롯,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 소속 연구원 등 전문가 4~5명은 가축 방역과 함께 채혈을 실시했다.

또 홍성군청 방역반은 마을 입구 및 각 가정에 살균효과가 있는 생석회와 벤졸크린 등 동물용 살균소독제를 뿌려 괴질의 추가 확산을 막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움직였다.

홍성은 충남의 최대 축산단지. 이 때문에 홍성 지역 농민들은 이날 오전 뉴스를 통해 가축 괴질 발생 사실이 보도되자 삼삼오오 마을회관 등에 모여 앞날을 걱정하는 모습들이었다.

전체 57가구에 4백7명이 살고 있는 장양리 주민들의 경우 아예 대문을 걸어 잠그고 외출을 삼가는 모습이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괴질 발병에 따른 고통 외에도 생활의 불편이 크다.

주민 하태석(51)씨는 "아직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추워 보일러를 때야 하는데 경찰이 기름차 출입조차 못하게 해 추위에 떨고 있다" 고 말했다. 하씨는 "당장 월요일부터는 애들이 학교를 가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고 한숨을 내쉬었다.

괴질 발생지와 가까운 마을 주민들은 접근금지 팻말과 경찰들의 삼엄한 통제 속에서도 밖으로 나와 도살가축을 묻기 위해 작업 중인 굴착기를 흘끔흘끔 쳐다보며 애꿎은 담배만 피워댔다.

홍성읍내 한 식당 주인 朴모(56)씨는 "파주 구제역 발생 이후 손님이 20%나 줄었는 데 이번에 홍성에서 괴질이 발생했으니 아예 식당문을 닫아야할 것 같다" 며 걱정했다.

충남도는 2일자로 홍성.청양 등 인근 지역 5개 우시장을 임시 휴장했다.

그러나 이날 휴장 사실을 모르고 청양과 서산우시장으로 소를 끌고 나오는 농민들과 이를 돌려보내려는 축협 직원들간에 실랑이도 벌어졌다.

홍성〓김방현.김종문.김성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