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의 선택/ 전시] 6·25 다룬 서용선 그림전, 강용석 사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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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내년은 6·25 전쟁 60주년이다. 한국 현대사는 1950년을 잊지 못한다. 동족끼리 총부리를 겨눈 아픔, 그때로부터 흩뿌려진 희생의 피, 이 땅에 묻힌 비극의 영혼이 얼마일까.

강원도 양구 군립 박수근미술관에서 12월 13일까지 열리는 ‘미래의 기억-서용선 전’은 한국전쟁을 파고든 드문 전시회다. 화가 서용선(58)은 6·25가 일어난 이듬해에 태어났다.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는 6·25 동란의 아픔을 집요하게 들추어낸다. 녹·적·청·황·흑색 등 강렬한 원색을 써서 툭툭 거친 붓질로 그려낸 남과 북의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의 희생자로서 영혼 없는 얼굴을 드러낸다. 그들은 왜 싸우는지 모르고 전장에 내몰렸다. 그렇게 두 동강이로 갈라진 이 땅은 아직도 60년 전 피울음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작가가 붙인 ‘미래의 기억’이란 전시회 제목이 함축하고 있는 뜻이다. 남과 북 모두를 피해 마루 밑에 숨었던 아버지의 얼굴은 우리 미래의 기억일 수도 있는 것이다.

사진가 강용석(50)씨의 ‘한국전쟁 기념비’전(28일~2010년 2월 20일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 또한 6·25 전쟁이 한국사회에 남긴 뼈아픈 상흔을 더듬는다. 전국에 흩어져있는 50여 기 한국전쟁 기념비를 기록한 사진은 이렇게 말한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래 사진은 강용석 작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저격능선 전투전적비’, 2007.

정재숙 기자


전문가 한마디

6·25의 전철을 또다시 밟을 수는 없기에 미술도 전쟁을 막는 정치적 무기일 수 있다. 그것이 작은 실천일지라도, 그것은 계속되어야 한다. (정영목 서울대 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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