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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선택/ 영화] 크리스마스 캐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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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크리스마스 캐롤 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짐 캐리·콜린 퍼스·게리 올드먼·로빈 라이트 펜(목소리)  등급 : 전체 관람가

“시간여행을 다룬 소설 중 최고의 걸작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이렇게 각별한 애정을 표한 이야기란, 다름아닌 찰스 디킨스의 1843년작 『크리스마스 캐롤』이다. 시간여행? 『크리스마스 캐롤』은 구두쇠, 자린 고비의 대명사가 된 스크루지 영감님이 세 명의 유령과 과거·현재·미래를 순회하며 개과천선하는 교훈담 아니었던가?

하지만 저메키스가 풀3D로 만든 2009년판 ‘크리스마스 캐롤’을 보면, 권선징악 아닌 시간여행이란 테마로도 이 오래된 이야기의 옷을 얼마든지 세련되게 갈아 입힐 수 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첨탑을 껴안은 채 런던 하늘을 날고, 손가락만한 소인이 돼 하수구 구멍을 헤매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스크루지라니! 스크루지의 시간여행은 마치 액션 어드벤처물을 보는 듯한 분주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 동안 『크리스마스 캐롤』은 TV와 스크린, 연극무대에 숱하게 등장했다. 그만큼 후학들이 도전하기 부담스런 텍스트라는 얘기다. 저메키스는 경천동지할 새 해석 대신 풀3D 테크놀로지로 ‘크리스마스 캐롤’의 또 다른 버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사상 최초로 배우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한 장면에 등장시킨 ‘제시카와 로저 래빗’을 비롯해 ‘백 투 더 퓨처’ 3부작, ‘폴라 익스프레스’‘베오울프’ 등에서 꾸준히 기술력과 영화의 결합을 시도해왔던 감독이다. 2007년 디즈니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퍼포먼스 캡처(Performance Capture·배우의 연기를 컴퓨터 카메라로 360도 캡처해서 찍는 기법)‘ 방식을 이용한 풀3D 영화제작사를 설립했다.

퍼포먼스 캡처는 ‘짐 캐리의 스크루지’를 놓쳐서는 안 될 이유이기도 하다. 그의 눈동자 움직임과 표정 연기, 얼굴 근육의 꿈틀거림 등이 그대로 옮겨진 연기는 감독이 “스크루지 유전자를 몸에 지닌 것 같다”고 극찬했듯 단연 돋보인다. 이 ‘표정연기의 마술사’는 스크루지를 위해 아일랜드 억양이 실린 영국식 영어를 맹연습했다고 한다.

게다가 촛불 속에 얼굴이 일렁이는 과거의 유령, 금발머리의 거인 현재의 유령, 온 몸을 시꺼멓게 감싼 오싹한 미래의 유령까지 모두 그의 목소리라는 사실은 좀처럼 믿기 어렵다. 성격파 배우 게리 올드먼도 스크루지의 조수 밥 크라칫과 그의 아들 타이니 팀 등 1인3역을 했다. ‘포레스트 검프’에서 검프의 연인 제니를 연기했던 로빈 라이트 펜도 스크루지의 여동생과 젊은 시절 약혼녀로 출연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이기적인 인간에게 어떤 말로가 기다리고 있는가에 대해 자연스레 곱씹게 된다. 스크루지의 시간여행이 그만큼 처절한 탓일까, 아니면 세월을 뛰어넘는 고전의 교훈일까. 어린이보다 오히려 성인 취향에 가깝다. 디지털 3D와 아이맥스 3D 두 종류로 상영되니 참고할 것.

기선민 기자


전문가 한마디

하루빨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야 마땅할 짐 캐리의 독보적인 표정과 연기. (김세윤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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