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오 매장은 티셔츠를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 순서대로 전시해 통일감을 주고(왼쪽), 셔츠와 타이를 세트로 묶어 셀프쇼핑을 가능하게 했다.
2006년 7월 이랜드의 박성수 회장이 주재한 임원회의. 글로벌 패스트패션(fast fashion) 브랜드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할 것이란 한 임원 발표에 대책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현재 사업을 강화하자”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인수하자” 등…. 하지만 박 회장은 직접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를 만들어보자고 했고, 곧바로 박성경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태스크포스가 결성됐다. 잘나가는 세계 업체의 현장인 스페인·일본 등지를 100여 명이 가서 속속 파헤쳤다. 심지어 경쟁 업체 아르바이트생까지 접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탄생한 이랜드의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오’가 25일 서울 명동에 1호점을 연다. 패스트패션 업체 중 특히 경쟁 모델로 삼은 유니클로 바로 옆에 내는 3000
①디스플레이=3000
②시험매장 운영=부천의 쇼핑몰 ‘소풍’에 9월부터 시험 매장을 운영하며 고객 반응을 정밀 조사했다. 남주희 VMD실장은 “일주일에 수십 번씩 디스플레이와 제품 구색·성격을 바꿔봤다”고 말했다.
③셀프쇼핑 추구=패스트패션 매장의 핵심 컨셉트는 마트에서 제품을 카트에 담듯이 쉽게 물건을 고를 수 있게 하는, 즉 ‘셀프 쇼핑’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보통 따로따로 파는 셔츠와 타이는 한 세트로 묶어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전시했다. 직원이 코디를 제안하면 고객이 부담을 느끼니 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④실시간 전산시스템=대량 생산·소비의 패스트패션은 빠른 제품 순환 주기가 필수. 2주 완판을 위해 모든 제품의 판매 동향을 실시간 전산으로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색상과 사이즈에 따른 물량 소비도 정확히 계산되기 때문에 다음 시즌 물량도 예측 가능하다.
김암인 스파오 본부장은 “패스트패션 브랜드는 대량 생산, 대량 유통이 기반이기에 일반 패션과 유전자가 전혀 다르다”며 “스파오 사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전개에 필수적인 시스템 역량을 확보한 것이 무엇보다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