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사회흐름 잘 드러낸 머리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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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머리기사는 신문의 얼굴이다. 사람을 얼굴부터 보게 되듯이 신문도 머리기사부터 보게 된다.

섹션 신문의 미덕 중 하나는 머리기사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종합면의 머리기사와 경제, 스포츠, jMoney, 조인스닷컴(http://Joins.com)의 머리기사들은 사회 흐름의 중요한 부분들을 표현한다.

3월 6일자 Joins.com은 테헤란로를 배경으로 양 손을 치켜든 외국인의 사진을 싣고 'T 밸리 다국적 軍들이 뛴다' 를 제목으로 뽑고 있다.

사진과 제목만으로도 기사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주된 화두 중 하나인 벤처를 국제화라는 틀로 분석해 내면서 사진뿐 아니라 광고의 내용과 편집도 특이했다.

취재기자.사진기자.광고국.편집 모든 면에서 읽는 신문과 보는 신문의 특성을 적절히 조화시킨 기사라고 할 수 있겠다.

3월 8일자 경제면의 '참여연대가 추천한 사외이사 2명, 데이콤 경영 참여시켜' 에서 소액 주주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를 포함시키기로 했다는 머리기사는 다가올 사회의 진행 방향을 예측하고 평가해 올린 것으로 생각된다.

내년부터 이사회의 절반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토록 돼 있는 것을 앞당긴 데이콤의 조치가 우리 사회 전반으로 파급될 것인지에 대한 주장과 관측을 강하게 담고 있다.

지난 일주일 중 사흘에 걸쳐 나온 선거 관련 내용의 머리기사는 여러 명의 기자가 협력해 종합적인 분석을 했다. 3월 6일자 1면 머리기사는 사회문제로서의 조기유학 열풍을 다뤘으며 10일과 11일은 대북 관련이었다.

기사는 사실과 현상을 잘 드러내 보이면서도 사회의 나아갈 방향과 이념을 직.간접으로 제시해야 하는 글쓰기의 장르다.

소설의 문체나 논문의 문체와는 다른 장르이며 독자에 의해 커다란 칭찬과 혹독한 비평을 동시에 받을 수 있는, 매일매일 도전받고 새롭게 고쳐나가야 하는 장르일 수 있다.

항상 신선함을 유지하는 방법은 기사 생산 방식의 보완과 전환을 전제로 한다. 3월 6일의 머리기사인 조기유학 열풍은 같은 날 30면의 '조기유학 열풍' , 다음날 31면의 '무작정 출국 곳곳 함정' , 8일자 30면 '체계적 정보 창구 절실' 로와 3월 9일부터 주간 1회 연재인 '알고 떠나는 조기유학' 으로 이어지면서 기사 생산 방식의 연계성을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3월 6일자 머리기사로 시작해 관심을 집중시킨 후 계속 추구해 나가는 방향은 조기유학을 어떻게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조기유학이 생기게 된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은 첫날 약간의 지면을 할애했을 뿐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다. 물론 교육 현장의 위기를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한 사례가 있고, 어떤 의미에서는 식상한 문제일 수도 있으며 또 해결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번에 제기하기보다 조기유학에 국한해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 머무르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일수록 자주 거론해 정책 이슈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정당의 사전적 의미는 정강정책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정권을 획득해 자신의 정책을 실현하고자 하는 모임이다. 그러나 현재 정당들의 모습이 이같은 사전적 의미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언론이 관심을 촉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문제에 대한 '정당의 정책 분석과 대처 방안 등을 취재해 비교 분석해 줄 수는 없었는지 궁금하다.

정당에 대한 기대를 지레 포기하고 있는지, 각 당의 교육정책 대안에 대한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선거에 출정하는 각 정당들의 교육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야 유권자들이 정당의 차별화된 교육정책을 비교하고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정당이 구체적 정강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면 없는 대로 드러내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최소한 1면 머리기사에서는 선거 취재팀과의 협력을 통해 정당의 정책을 대비해 주었으면 좋겠다.

때마침 선거철을 맞아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한 기사 생산 방식의 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손명세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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