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뷰] 코스닥 '낙석 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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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외국인들이 코스닥시장 공략에 필요한 '진지구축' 을 끝내면서 외국인 보유종목들의 가격 변동폭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올들어 코스닥시장 주식을 대거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이제는 시세차익을 많이 챙겼고 주가도 오를 만큼 올라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외국인들의 주요 공략대상이었던 코스닥의 대형주들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외국인들의 투자패턴을 무조건 따르는 일은 삼가야 한다" 고 지적했다.

◇ 외국인들 포트폴리오 구축〓외국인들은 올들어 지난 7일까지 모두 1조2천9백28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17일부터 외국인들은 일제히 코스닥시장 종목 사냥에 나서 30일(거래일수 기준)만인 지난달 28일 1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특히 한통프리텔.한솔엠닷컴.하나로통신.새롬기술.다음커뮤니케이션.로커스 등 시가총액 상위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코스닥시장 전체 시가총액(1백조원)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코스닥시장을 움직이는데는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들은 거래소시장에서도 업종 대표주를 통해 시장을 움직여왔다" 면서 "코스닥시장에서도 1~2월 중 확보한 물량이면 장세를 주도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고 평가했다.

거래소시장도 이달 들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현대전자 등 10개 미만의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을 대량 사들이면서 침체국면에서 벗어났다.

현재 코스닥시장에서 외국인들이 1% 이상 사들인 종목은 전체 종목 4백63개 가운데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80여개에 그치고 있다.

◇ 매수강도 약화〓지난달 28일 순매수 규모 1조원을 돌파한 이후로는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약화됐다.

하루 평균 3백억원씩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지난달 29일(61억원)→3월 2일(-1백59억원)→3일(4백79억원)→6일(76억원)→7일(29억원)등 매수를 대폭 줄여가고 있다.

8일에도 통신기기 업체인 씨앤아이와 한글과컴퓨터의 매도에 나서는 등 올 1~2월 중 사들였던 종목 일부에 대해서는 매매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

외국인들은 특히 올들어 7배나 상승했던 싸이버텍홀딩스를 이달 들어(지난 2일~7일) 23만9천주 순매도한 것을 비롯해 한국디지탈라인(29만주)등 외국인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른 종목들을 대량 매도했다.

대유리젠트증권 김경신 이사는 "외국인들이 과대평가된 종목들에 대해서는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만큼 외국인들이 많이 사들였다고 해서 무조건 따라가다가는 자칫 상투를 잡기 쉽다" 고 말했다.

더구나 가파른 원화절상 속도가 정부의 외평채 발행으로 주춤해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국내주식을 샀다가 파는 과정에서 환차익을 얻을 가능성이 작아지면서 외국인들의 코스닥시장 매수 둔화 양상은 좀 더 지속될 전망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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