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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메카' 밥 존스 대학 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하나님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인간을 백인종.황인종.흑인종으로 구별해서 창조했다. "

성경을 이렇게 해석하면서 인종차별 정책을 고집해 온 한 미국 대학이 있다. 이 대학은 '자의반 타의반' 으로 이번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핵심 논쟁거리로 등장했다.

문제의 대학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에 위치한 밥 존스 대학.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북전쟁 당시 노예제를 지지했던 남부연합의 깃발을 아직도 주청사에 걸어 인종차별이란 비판을 받아왔다.

밥 존스 대학은 1927년 밥 존스라는 전도사에 의해 세워졌으며 학생수는 3천5백여명. 이 학교는 오랫동안 기독교 근본주의의 요새로 자처해 왔고 빌리 그레이엄 목사나 교황을 "성경의 엄격한 가르침을 버린 사람들" 이라고 거칠게 비난한다.

다른 종파에 대한 공격도 거리낌이 없어 가톨릭까지도 사교(邪敎)로 규정할 정도.

이 학교의 인종차별 정책이 크게 부각된 것은 50년대다. 아시아계 학생이 백인여자와 결혼하려는 것을 학교에서 막자 학생의 가족이 소송을 낸 것. 대학의 인종차별은 아예 다른 인종간의 데이트 자체를 금지해 왔다.

70년 미국 세무당국은 이 학교의 인종차별을 문제삼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83년 면세혜택을 박탈했다.

이 학교의 인종차별 정책에도 불구하고 기독교 우파의 비위를 맞추려는 공화당 대통령후보들은 대대로 이 학교를 방문했다.

뉴햄프셔에서 존 매케인 상원의원으로부터 일격을 당해 비틀거리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예비선거를 앞두고 이곳을 찾았다. 그는 그러나 인종차별 정책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아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다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자 창립자의 손자인 밥 존스 3세 총장은 3일 CNN 대담프로 래리 킹 라이브에 출연해 "사람들은 우리가 인종주의자여서 인종간 데이트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다" 며 "오늘부로 이 규정을 철폐한다" 고 밝혔다.

밥 존스 대학은 전기.쇠고기.우유 등을 자급자족하고 있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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