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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페트롤] 한숨 돌린 거래소, 기력회복 관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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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2월을 보내고 춘삼월을 맞은 지난주에 여기저기서 오름장세가 나타났다.

심리적인 공황 상태로까지 치달았던 거래소 시장의 주가가 폭등했다. 개당 4달러대까지 처졌던 반도체(64메가D램)가격이 6달러대를 회복했고, 진정되는 듯했던 국제유가가 걸프전쟁이후 9년만에 최고치로 급등했다.

지난주 주식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판이었다. 이틀새 무려 1조4천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외국인들이 반도체 주식을 빗자루로 쓸어담다시피 하는 동안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은 팔기에 바빴다. 외국인들은 적당한 시점에 팔아 차익을 남기려 들 것이다.

외국인 자금 덕분에 휘청거리던 시장이 진정되고 종합주가지수도 올랐지만 코스닥과의 팔씨름에서 진 거래소 시장이 기력을 완전히 회복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 국내 투자자의 자금이 새로 거래소 시장으로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투신권에서 빠져나간 대우채 환매자금의 상당 부분이 은행의 고금리상품 등으로 옮겨가 증시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는 지난해 투신사 구조조정을 늦춘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은행권에서도 자금이 우량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이러다간 가만히 두어도 은행간 서열이 매겨지고 구조조정을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은행들이 스스로 인수.합병하지 않으면 결국 '시장의 힘' 에 따라 움직이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조흥은행이 영업시간을 오전 9시로 30분을 앞당기기로 한 것도 주목할만한 변화다.

국제유가는 앞으로도 한동안 고공행진을 벌일 것 같다. 하루 2백만배럴 이상 원유 생산이 늘어나야 세계적으로 수급불균형이 해소되는데, 산유국들이 증산에 합의하더라도 1백만~1백20만배럴 수준에 그치리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이뤄진 산유국의 감산 합의는 이달말까지 유효하다. 산유국 석유상들은 오는 27일에 만나 '4월이후 증산' 문제를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기름에 붙는 세금을 줄여 국내 기름값을 붙잡았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배럴당 25달러 아래로 내려가긴 쉽지 않을 전망이라서 본격 회복기에 들어간 국내 경제에 주름살을 지울 것 같다.

걱정했던 2월중 무역수지는 8억달러 흑자로 막았지만, 국제유가와 수입증가 추세때문에 앞으로 월중 흑자폭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 같다.

올 3월은 집을 옮기는 것만이 아니라 산업계에서도 분주한 이사철이 될 전망이다. 벤처 열풍 속 대기업에서 벤처로, 벤처에서 또 다른 벤처로 인력이 이동하고 있다. 때마침 본격화된 주총과 맞물려 얼마나 많이 움직일지 관심거리다.

부동산 시장이 3월과 함께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7일 서울지역 2차 동시분양(2천41가구)을 시작으로 이달중 1년전보다 37%가 많은 3만가구의 아파트가 전국에서 분양된다.

날씨가 풀려서 활동하긴 좋아졌지만 깜빡 졸기 쉬운 계절이다. 총선이 가까와지면서 달아오르는 정치 열기 속에서 경제 쪽에 피로현상이나 졸음이 오지 않도록 정부는 경제정책에 신경쓸 때다.

양재찬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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