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요구 실태] 협박부터 읍소까지 다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최근 수원지검과 창원지검 등의 수사에서 드러난 위증 요구 사례를 보면 협박부터 읍소까지 다양했다.

◇ 협박〓히로뽕 투약혐의로 지난해 4월 구속됐던 姜모(37)씨는 1심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되자 히로뽕을 판 혐의로 함께 구치소에 수감 중이던 李모(37)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

姜씨는 구치소 접견대기실이나 호송차에서 李씨를 만날 때마다 "앞으로 히로뽕을 사다가 걸리면 무조건 당신 이름을 불겠다" 며 "항소심에서 '나에게 히로뽕을 팔지 않았다' 는 증언을 해 달라" 고 협박했다. 결국 李씨가 지난해 12월 2심에서 위증을 해 주었다.

姜씨는 운동시간을 이용해 李씨에게 '고맙다. 출소하면 옥바라지 잘해주겠다' 는 편지를 전달했다가 검찰에 적발됐다.

◇ 호소〓지난해 姜모(44.여)씨 집에 들어왔다가 姜씨의 허벅지를 걷어차고 도망쳤던 도둑은 수사결과 이웃에 사는 절도전과자 申모(35)씨로 밝혀졌다.

申씨 매형 등은 재판을 앞두고 姜씨에게 "사람 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상처는 쫓아가다가 넘어지면서 생긴 것으로 증언을 해달라" 고 매달렸다.

이에 법정에서 거짓말을 했던 姜씨는 지난달 검사의 추궁에 사실을 털어놓았다. 申씨의 매형과 姜씨는 각각 불구속 기소, 약식기소됐다.

◇ 온정주의〓1998년 7월 승용차를 몰고가던 宋모씨가 경남 하동 마을 앞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런데 피해자인 두 고교생(당시 17세)은 지난해 5월 법정에서 "宋씨가 차에서 내려 근무처까지 알려주며 몸에 이상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고 허위 증언을 했다.

하지만 사고 현장을 지나던 다른 고교생들에 의해 피해자들이 발견돼 병원으로까지 후송되고 경찰이 신고를 받고 뺑소니 차량을 추적했던 정황과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점에 검찰은 주목했다. 결국 두 학생들은 "사실 宋씨 얼굴을 본 적도 없다" 며 자백했다.

수사검사는 "뺑소니 차량 운전자나 피해자 모두 같은 마을에 살고 있어 위증을 교사한 과정이 있는지추궁했으나 당사자들은 온정 때문인지 모두 입을 다물었다" 고 설명했다.

채병건.최현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