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앞서 차량폭탄 테러 8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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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인도네시아 호주대사관 앞에서 일어난 폭탄테러 현장에서 경찰이 취재진의 접근을 막고 있다. [자카르타 AP=연합]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호주 대사관 앞에서 9일 오전 차량 폭탄테러가 일어나 적어도 8명이 숨지고 160여명이 부상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폭탄 테러는 20일의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와 다음달 9일의 호주 총선거를 앞두고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이번 사건에 알카에다와 연계된 무장세력으로 제마 이슬라미야가 관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마 이슬라미야는 지난해 12명이 숨진 자카르타 JW매리어트 호텔 앞 폭탄테러와 2002년 200여명이 숨진 발리의 나이트클럽 테러 사건을 일으킨 단체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15분쯤(현지시간) 대사관 정문에서 불과 4m 떨어진 곳에서 폭탄을 실은 차량이 폭발했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호주대사관 밖에서 경계근무 중이던 인도네시아 경비원과 행인 등이라고 경찰이 밝혔다. 중국인 4명과 호주인 10여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부상자는 인도네시아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 바흐티아르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초동수사 결과 이번 사건은 차량 폭탄테러로 보인다"며 "그러나 차 안에 누가 타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다친 경비원 조코 트리얀토는 "갑자기 땅이 뒤흔들려 넘어졌다. 폭발이 일어난 뒤 하얀 연기가 기둥처럼 솟아올랐다"고 AP통신에 말했다. 현장에 있던 AP.로이터 통신 등 사진기자들은 "대사관 앞 6차로 도로에 폭발로 숨진 시신 세구가 널려 있었다"고 전했다.

폭발로 경찰차를 포함, 차량 네대와 대사관 정문.담장 등이 파손됐다. 또 주변 고층빌딩 10여곳의 창문 수백장이 깨졌다. 호주대사관이 위치한 쿠닝간 구역 라수나 사이드가(街)는 각국 대사관.호텔.사무실.쇼핑몰 등이 밀집한 번화가다.

린달 삭스 호주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폭발로 대사관 직원의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유리창이 파손되고 전기가 끊겼다고 말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이번 사건은 호주를 목표로 한 명백한 테러 공격"이라며 "지금으로선 누구 소행인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당연히 제마 이슬라미야를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흐티아르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은 영국에서 훈련받은 제마 이슬라미야 단원인 말레이시아 출신 엔지니어 아자하리 후신의 소행일 것으로 지목했다. 아자하리는 2002년 발리 테러 사건에도 개입한 혐의로 3년 가까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에 따르면 몇주 전부터 미국.호주 등 주 인도네시아 서방 대사관들은 자국민에게 무슬림 과격단체에 의한 테러 공격 가능성을 경고해 왔다.

경찰은 이번 폭발이 지난해의 매리어트 호텔 앞 폭탄테러 때보다 규모가 크다고 밝혀 사망자나 부상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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