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팬들도 외면하는 'KBO의 협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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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비켜!" "못 비켜. "

23일 야구2000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한국종합전시장 1층 로비에서 고성과 함께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곳에서 모임을 가지려던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회) 선수들과 이들을 말리려던 구단 직원이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선수 출신인 구단직원과 선수회 주축 선수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벌어졌다.

이들은 18년간 프로야구 '한솥밥' 을 먹고 지내온 동료이자 선후배 사이였다.

이들이 서로 멱살까지 잡아야 할 이유는 없다.

'멱살잡이' 가 해결의 실마리는 아니다.

선수회 파동을 프로야구의 종말을 부르는 '반란' 이라기보다 거듭나기 위한 진통으로 볼 수 있는 성숙한 시각이 필요하다.

지난 22일 진통을 겪으며 탄생한 선수회가 세를 확장해가는 것은 이사회의 '협박성' 발언이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다.

"야구판이 사라진다" "선수를 자르면 그만" 이라는 발표가 선수들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선수회 움직임도 "야구를 안하겠다" 는 박용오 KBO총재의 발언 이후 가속도가 붙었다.

양측이 주장하듯 "항상 대화창구가 열려 있다" 면 이제는 냉정을 찾고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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