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구상가 '원조'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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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아직도 북성로를 찾습니까. " "북성로 공구상가는 이전하지 않습니다. "

지난해부터 대구 북구 검단동 종합유통단지로 지역 기계공구상가들의 대이동이 시작되면서 신.구 상권간 기세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50년간 쌓은 기득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북성로측과 현대식으로 단장한 유통단지안 산업용재관측이 벌이는 고객 유치전이다.

일반소비재가 아니어서 광고를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연일 신문.방송을 통해 광고공세를 퍼붓는가 하면 고객 서비스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싸움을 먼저 걸어온 쪽은 신 상권인 산업용재관이었다.

입주가 본격화되면서 광고를 통해 '북성로 대이동' 등의 표현으로 구 상권의 비위를 건드렸다. '완벽한 주차시설' 등으로 북성로 상권의 아픈 곳을 찔렀다. 현재 산업용재관에는 전체 8백48개 점포중 65% 정도가 입주를 마쳤다.

입주업소 단체인 대구기계공구상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도매.납품이 90%를 차지하는 업종이라 앞으로 교통이 편리하고 주차가 쉬운 신 상권으로 고객들이 몰리기 마련" 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에 대해 북성로 골목은 최근 '아무나 흉내낼 수 없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등의 방송광고로 받아치고 나왔다.

골목 곳곳에 '북성로 상가는 이전하지 않는다' 는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지역내 주요공단 지역에는 신문전단 광고로 북성로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와함께 구청의 지원사격을 받아 주정차 질서확립, 노상불법점유 적치물 없애기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올해부터는 골목내 48곳의 유료주차장과 계약을 맺어 고객들의 무료주차제도 시작했다.

그동안 4백여업소가 옮겨간 북성로에는 현재 새로 문을 연 곳을 포함, 2천5백여 업소가 공구.볼트.베어링 등의 기계제품을 취급하고 있다.

김영복 북성로상가번영회 회장은 "멀쩡히 잘 있는 50년 전통의 북성로가 대이동을 했다니 말이 안된다" 면서 "산업용재관은 북성로 상권을 수용하기에는 너무 작은 규모여서 단지화가 의미를 잃었다 "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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