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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사이버 사령탑' 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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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면서 정보기술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경기침체를 벗어나고 국제사회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이 분야에 국가역량을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연방정부와 의회가 방만하게 운영됐던 정보기술 연구개발과정에 직접 개입해 전략을 총괄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먼저 의회는 고성능 컴퓨팅법 등의 법안을 시의적절하게 입안해 정책토대를 마련했다. 연구개발에 참여하는 10여개의 행정부처들은 사전 조정작업을 거쳐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시행된 정책은 의회 청문회를 통해 1차 점검을 받는다.

청문회는 진지한 토론회이자 스터디 그룹이다. 추궁.질책으로 일관하는 우리 국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 보좌관이나 국립과학재단 등의 행정관료는 물론 전문가들이 출석해 의원들과 함께 현안을 심도 있게 학습한다.

의회와 행정부가 채택한 정보기술정책에 대해 비정부관료 전문가로 구성된 대통령 정보기술 자문위원회가 2차 점검을 한다.

자문위는 사업.학문적 관점에서 정책을 재평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한다. 자문결과에 입각해 의회는 다시금 입법을 조정하는 순환적인 시스템이다.

미국의 정보기술 정책은 몇몇 관료들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현장과 학계.연구기관에 몸담고 있는 정보기술 권위자들의 총의가 담겨지고 정부.민간의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효율적인 방향으로 개선된다.

미국은 1999년에 IT2로 명명되는 '미국의 21세기를 위한 정보기술 이니셔티브' 를 발표했다.

2001년부터는 연간 수십억달러가 투자되는 고성능 컴퓨팅(차세대 인터넷, 전략촉진 프로그램)및 정보기술 관련계획이 하나로 통합될 예정이다.

IT2의 주요 목표는 세가지다. 첫째, 정보기술 기초연구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다. 컴퓨팅과 통신의 근본적인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민간기업이 시도할 수 없는 대규모의 장기적인 정보기술 연구개발을 정부가 주도하기로 했다.

둘째, 컴퓨팅 인프라 구축이다. 과학 및 공학적 측면에서 국익을 촉진하기 위해 최첨단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했다.

셋째, 인간과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한 연구다. 정보기술의 진보가 경제.사회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하고 미국시민이 정보기술을 보다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정부는 보다 대규모의 장기적인 연구프로젝트를 위한 준비작업에 돌입했으며 성공했을 때의 보상도 크지만 위험가능성과 투자규모가 커 민간기업이 손을 놓고 있는 첨단 연구분야를 국가가 도맡을 계획이다.

요새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와 민간의 정보기술 개발의지가 높아 메모리 반도체.CDMA 이동통신 등의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과학기술부.정보통신부.산업자원부 등도 경쟁적으로 정보기술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을 향한 의지와 가능성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조정해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것인지에 대한 국가전략은 부족한 것같다.

대통령의 정보기술 마인드를 일깨워줄 과학기술 수석 보좌관도 없고 현장감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해줄 정보기술 자문위원회도 없다. 국회 청문회도 전망이 무망이다. 부처 단위의 산발적인 연구개발 계획이 있을 뿐이다.

우리에게는 행정부처와 입법기관.민간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는 시스템이 시급하다. 효과적인 사이버 사령탑을, 전략본부를 세워야 한다.

김정원 <세종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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