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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MBC'진실' 시청률 의식한 통속극에 그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5면

MBC의 새 미니시리즈 '진실' ('극본 김인영. 연출 장두익. '수.목요일 9시55분)은 예상했던 대로 일단 시청률에선 합격권에 들었다.

4회째인 13일밤 방송분 시청률은 36.5%. 증오의 대상을 '경쟁자를 '관용으로 끌어안는 한 여자의 인생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뻔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선악.빈부.미추의 대립이 골격을 이룬다.

국회의원 운전기사의 딸인 자영(최지우 분)과 자영의 친구이자 그 국회의원의 딸인 신희(박선영 분)의 갈등이 기둥줄거리다.

아름답고 공부 잘하는 자영은 운전기사의 딸이지만 당당한 반면 부모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학교성적으로 고민하는 신희는 늘 자영에게 콤플렉스를 품고 못살게 군다.

자영의 인생은 신희로 인해 내내 꼬이다가 급기야 신희가 몰던 자동차 사고로 애인 현우(류시원 분)를 잃게된다. 게다가 자영은 신희의 계략으로 사고 책임자로까지 몰린다.

'진실' 은 '4회까지 진행된 이 드라마는 '플래시백(회상기법)과 미스터리 추리극 형식을 써 재미를 주며 '국회의원 부인이 딸을 위해 자기집 운전기사 부인에게 전복을 안기며 '로비' 를 펼치는 장면이 옷 로비 사건을 연상시키며 실소를 머금게 하는 등 세부 묘사도 재치가 있다.

특히 자영이나 신희 같은 자녀를 둔 중장년층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PC통신 등 젊은 세대들의 반응은 다르다.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의 대립, 착한 남녀 주인공의 비련 등 식상한 소재를 또다시 울궈먹는다" 는 비판이 주류를 이룬다.

이런 세대간 시각차이는 뻔한 통속극 생산에 안주하다간 조만간 시청자에게 버림받게될 방송드라마의 운명을 예감케한다.

제작진은 당초 이 드라마는 통속극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연출자는 "인간심리의 다양함과 결코 뻔하지 않은 결말을 담아내겠다" 며 차별화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그 구상은 적어도 4회까지는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 같지 않다. 화면에 보이는 것은 기계적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통속적인 이야기의 전개일 뿐이다.

연출자 장두익 PD는 극적인 갈등구조를 조직하는데 뛰어난 사람이다. 그러나 그 조직력은 드라마의 새로운 문법 개척보다는 시청률을 유지하는 기능에만 충실한 것 같다.

향후 '진실' 방영분은 그가 흥행감독에 그칠지, 개성 있는 작가로 도약할지 가늠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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