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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캐릭터 탄생에 저도 한몫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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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애니메이션(만화영화)은 종합예술입니다. 세계적인 히트작이 되려면 스토리.만화.음악 등이 모두 뛰어난 가운데 서로 조화를 잘 이뤄야 합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만화 분야의 경우 애니 한편을 만드는 데 100여 명의 작가들이 한 팀을 이뤄 꼬박 1년을 그립니다."

미국의 월트 디즈니 픽처에서 애니메이션용 만화를 그리는 재미동포 조창례(56)씨가 5일부터 14일까지(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도심의 전시공간 '시테 엥테르나시오날 데 자르'에서 애니 전시회를 연다. 자신이 그린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을 한데 모았다. 여기에다 파리에 머물면서 일기처럼 그린 스케치 30여 점을 덧붙였다.

디즈니에서 14년째 근무하고 있는 조씨가 지금까지 제작에 참여한 애니메이션은 널리 알려진 것만 10여 개에 이른다. '알라딘' '라이온 킹' '포카혼타스' '뮬란' '타잔' '아틀란티스' '헤라클레스' '노틀담의 꼽추' 등이다.

"디즈니에서 만화를 그리는 그 누구도 이 캐릭터들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말하지는 못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100여 명 작가들의 공동작업을 통해 태어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씨는 디즈니의 자회사인 ABC-TV의 만화 드라마 '삼총사' 제작이 끝난 뒤인 지난해 12월 1년간의 장기휴가를 내 예술가들이 꿈꾸는 도시인 파리에서 지내고 있다. 그동안의 만화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을 재충전하는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조씨는 한국에서 미대를 졸업(응용미술 전공)하고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그러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뉴욕 프랏 인스티튜트에 입학해 회화를 공부했다. 전공을 살려 일할 자리를 찾던 조씨는 우연히 잡지에서 애니에 관한 기사를 읽고 흥미를 느껴 애니메이션 회사에 입사했다.

그가 처음 들어간 직장은 애니 관련사 중 디즈니 다음으로 규모가 큰 필메이션. 조씨는 석 달간의 실기테스트를 거쳐 이 회사에 입사했다. 이후 다른 애니 회사로 옮긴 뒤 1992년 마침내 그의 꿈이었던 디즈니에 입성했다.

20년 가까이 만화를 그려온 조씨에게 "만화 그리는 게 지겹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나 스스로 적응하기가 힘들었지만 작업을 해나가면서 애니가 종합예술임을 깨달았고,그로 인해 느끼는 성취감이 적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애니메이션에 스토리 구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스토리를 받쳐주는 음악도 작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아름답고 감동적인 음악이 없으면 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조씨는 "안식년 휴가가 끝나면 디즈니사로 복귀해 5~6년 더 애니를 만들다가 기회가 닿으면 단편이라도 애니를 하나 직접 제작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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