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만능인가] 질문방법따라 왜곡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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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론조사에 너무 의존하는 것 아니냐" "당선 가능성이 지고지선의 판단기준이 돼선 안된다. "

여론조사 결과가 후보 공천의 실질적 잣대로 작용하면서 여야 각당에서 부작용과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먼저 조직책 임명에 돌입한 새천년 민주당(가칭)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민주당은 세차례에 걸쳐 59명의 조직책을 임명했는데, 현역 의원과 지구당위원장이 70%인 41명이었다.

새 인물은 18명이었다.

"여론조사가 기준이 되다보니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의 재임명률이 높게 나왔다" (柳在乾조직책선정위원)는 설명이지만, "이런 식으로 하다간 정치개혁도, 물갈이도 물건너가게 될 것 아니냐" 는 비판과 지적이 적잖다.

정치권에 합류한 신인들의 불만은 더 거세다.

고려대 학생회장 출신의 오영식(吳泳食)씨는 "처음엔 상당한 의욕을 갖고 뛰어들었으나 인지도가 낮다는 현실의 벽에 막혀 방황하는 사람들이 적잖다" 고 전했다.

전대협의장 출신의 386세대 10여명은 최근 따로 모임을 갖고 "당이 발상을 전환해 개혁적인 젊은층으로 과감히 인물교체를 해줄 것" 을 지도부에 건의했다.

여론조사의 부작용과 폐해도 상당하다.

당이 원하지 않는 후보를 탈락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여야 모두에 퍼져 있다.

조직책 선정을 앞두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일부에서는 "당이 자의적인 질문을 넣어 현 위원장들을 탈락시키려 한다" 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이재정(李在禎)총무위원장도 "질문방법에 따라 상반되거나 왜곡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여론조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잘못" 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가 고비용 정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보들이 앞다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ARS를 이용하는데다 당차원에선 지구당별로 2~3차례, 많게는 10차례에 걸쳐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는 형편이다.

공천과정에만 수십억원대의 돈을 쏟아부을 공산이 크다.

현대리서치 여론조사팀 윤지환(尹智煥)부장은 "참신성.도덕성.정치인으로서의 자질 등은 여론조사에선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면서 "여론조사는 참고자료로 이용하고 당이 종합적 판단을 통해 공천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전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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