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모녀 가야금'…전주 변영숙씨 세딸과 위로잔치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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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가야금을 전공하는 중견 여류 국악인이 자신의 세딸과 이색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다.

오는 30일 전북 전주시 중앙동 전북예술회관에서 '새천년맞이 가야금 연주회' 를 갖는 변영숙(邊永淑.51.왼쪽 두번째)씨와 이예랑(19).사랑(19).자랑(16)양 등 세딸이 그 주인공이다.

이들 4모녀는 겨울철 '옥외' 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훈훈한 음악적 감동과 소박한 위안을 안겨주기 위해 이같은 공연을 준비했다.

이날 공연에 손님으로 초청된 사람들은 전북 일대 재래시장에서 행상을 하는 할머니 1백여명과 미화원 1백여명, 경찰관 50여명이다.

"겨울철 시장에서 추위에 떨며 좌판을 벌이고 있는 할머니들이 의외로 많아요.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따뜻한 음악회를 열자고 딸들과 한 약속을 지키는 겁니다. "

邊씨 가족은 남편 이용규(李龍揆.51.사업)씨를 제외한 세딸 모두 가야금을 전공했다.

고등학교 때 국악에 입문, 30년 넘게 가야금과 생활해온 邊씨는 현재 국악학원을 운영 중이며 쌍둥이 딸인 예랑.사랑은 이번 입시에서 한국예술종합대학 한국음악과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3년 전만 해도 연말이나 명절 때면 邊씨는 세딸과 함께 떡.과일 등 소박한 음식을 준비해 양로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국악 공연을 했었다.

邊씨 모녀의 연례행사였던 위문공연은 두딸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일시 중단됐다가 딸들의 대학입학이 확정된 올해 겨울 3년 만에 재개된 것이다.

큰딸 예랑양은 "음악교육은 물론이고 따뜻한 마음까지 가르쳐 주신 엄마가 자랑스럽다" 며 "가족 공연단을 만들어 외롭고 쓸쓸한 이들에게 사랑의 가야금 선율을 계속 들려주는 게 우리들의 꿈" 이라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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