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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얼굴없는 판매·수금 위험수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인터넷 거래 사기는 마음만 먹으면 별 어려움 없이 해치울 수 있다. 홈페이지를 구축해 고객을 모으고 가명계좌로 수금해 튀기만 하면 그만이다.

우선 홈페이지는 어느 정도 컴퓨터 지식만 있으면 누구나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도메인(홈페이지 주소)을 확보해 구축하거나 인터넷서비스 업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무료로 개설할 수도 있다. 회원 가입이나 도메인 확보는 실명 확인 절차가 없어 가명으로도 가능하며 물론 자격기준도 없다.

또 제대로 된 쇼핑몰 홈페이지를 꾸미려면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해 설치해야 하나 간단한 서비스 제공용이라면 없어도 무방하다.

홈페이지를 만든 뒤 야후.알타비스타 등 유명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온라인상으로 사이트주소와 대략적인 광고내용, 그리고 관련 검색어 등을 등록시킨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관련검색어를 치면 곧바로 자기 홈페이지를 방문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어 광고효과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인터넷상에 보이는 네티즌들의 E메일 주소를 모으거나 PC통신 등을 통해 음성적으로 거래되는 E메일 주소록을 구입, 광고 메일을 보내 고객들을 모은다.

수금은 주로 가명계좌를 이용한다. 현행 금융실명제법상 가명계좌는 불법이지만 은행 창구직원만 속이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창구직원이 신분증 소지자의 본인 여부 확인을 소홀히 하거나 위조된 신분증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아 가명계좌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수사기관의 설명이다.

모은행 창구직원 K씨는 "꼼꼼히 챙겨는 보지만 얼굴이 비슷하거나 위조된 것일 경우 확인이 어렵다" 고 말한다.

또 신분증 소유자의 위임만 받으면 제3자가 그 사람 명의로 통장개설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이용된다. 주운 신분증과 도장으로 얼마든지 계좌 개설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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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 학생증을 위조해 가명통장을 개설한 사례도 적발됐다. 윤락알선 사기극을 벌였다가 검찰에 붙잡힌 대학생 C군은 "모대학 학생증 샘플을 컴퓨터에 입력하고 내 사진을 스캐너로 뽑아 가짜를 만들었더니 은행에서 속아넘어갔다" 고 말했다.

카드결제 방식을 이용할 수도 있으나 카드회사에 가맹점을 신청할 때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한 탓에 신분노출의 위험이 있어 잘 쓰이지 않는다.

거짓광고가 효과를 보아 돈이 얼마간 입금되면 이를 챙긴 뒤 홈페이지를 폐쇄하고 잠적한다.

"모든 절차가 비실명이어서 추적이 어렵고, 특히 외국에서 제공하는 서버를 이용할 경우엔 등록자 정보를 전혀 알 수 없어 아예 불가능하다" 는 것이 최근 수사를 벌였던 검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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